트럼프, 수입차 관세카드 다시 만지작…韓, 아직 면제확정 못받아(종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부과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면서 글로벌 무역전쟁의 우려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타결에도 자동차 관세 면제를 확정받지 못해 미국의 자동차 관세를 강행할 경우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블룸버그뉴스는 12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이 상무부가 작성한 수입산 자동차가 미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보고서 초안을 회람하고 있다고 3명의 소식통을 인용,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3일 백악관 무역팀 고위 참모들과 회의를 갖고, 향후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부과를 어떻게 진전시킬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들 소식통들은 그러나 가장 민감한 상무부 조사보고서의 관세 부과여부 결론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온라인매체인 악시오스 역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 위협을 성공적인 협상전략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올해초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무역협상에서 자동차 관세 위협을 사용하기도 했다.

유럽연합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가 자신이 자동차에 대한 관세부과 가능성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자마자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가장 빠른 비행기를 타고, 워싱턴으로 곧바로 와서 거래를 제안하기 시작했다고 신이 나서 이야기한다"고 악시오스에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상무부에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 미 관련산업의 신기술 연구개발 능력을 떨어뜨려 국가안보를 위협하는지 여부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보고서 제출시한은 내년 2월까지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수입제품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할 경우 수입량 제한 및 고율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수입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미국과 해외 자동차 업체들은 지난 7월 열린 공청회 등을 통해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부과는 미국 소비자의 비용부담을 증가시키고, 글로벌 공급망을 혼란에 빠지게 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미국은 EU 등과의 무역갈등이 고조되면서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부과 절차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융커 EU집행위원장이 지난 7월말 무역협상 진행 중에는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북미자유무역협상(NAFTA)도 9월말 미국의 뜻대로 재협상을 통해 미·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으로 개정되면서 미국은 이후 속도조절을 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거론하며 "일본은 매우 낮은 관세에 수백만대 자동차를 보내지만, 그들은 우리 자동차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들이 그렇게 한다면 그들은 그들 자동차에 엄청난 관세를 부과받게 될 것"이라며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위협 공세를 다시 시작했다. 융커 위원장은 이날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부과 유예는 올해말까지만 유지된다고 밝혔다.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상(FTA) 재협상 타결에도 자동차 관세부과에서 면제되는지에 대해 백악관으로부터 확실한 답을 얻지 못했다고 소식통들은 말했다고 블룸버그뉴스는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주요 무역국 중 처음으로 올해 3월 FTA 개정에 사실상 합의하고, 지난 9월 공식 발표하면서도 가장 아쉬운 부분으로 꼽히던 대목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자동차 대미 수출은 약 85만대, 147억 달러를 기록했다.

한편, 이날 블룸버그뉴스와 악시오스의 보도 이후 미국 자동차주들은 하락세를 보였다. GM은 약세를 보이다 전일대비 약보합세(-0.03%)인 35.69달러로 마감했다. 피아트 크라이슬러는 3%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