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골이 광고에 비키니 여성?"…軍 잡지 '성상품화' 논란

국방부 정기간행물인 병영잡지 'HIM'에 실린 광고들이 지나치게 선정적이며 성상품화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코골이' 치료에 대한 광고다. /사진='HIM' 잡지 내용물 촬영, 김건휘 인턴기자

국방부 정기간행물인 'HIM'에 실리는 광고가 성(性) 상품화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성을 눈요깃거리로 여기는 듯한 내용 등이 여성 혐오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군 장병 60만명에게 정보를 제공한다는 본래 취지에 맞게 잡지를 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머니투데이가 지난 13일 'HIM'의 최신호 및 과월호에 실린 광고를 확인한 결과, 이와 관련된 내용들을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 'HIM'은 국방부의 정훈 교양 매체로 매달 부대에 보급된다.

시력교정 수술 과정을 설명하는 부분이지만, 초점은 간호사들에게 맞춰져 있다. 군복을 입은 장병이 '천국이다', '검사에 집중이(안 된다)', '소..손을..!!!'. '안심시켜주는 간호사님♥'등이라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사진=독자제공

예컨대, 'HIM' 에 실린 광고 중 하나는 수술 대신 간호사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광고 하단의 '안과 검사 스토리'에는 군복을 입은 장병이 '천국이다', '검사에 집중이(안 된다)', '소…손을…!!!'등 검사와는 관련이 없는 장면을 상상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안심시켜주는 간호사님♥' 등의 설명에서도 관련성을 찾기 어려웠다.

다른 광고에도 자극적인 내용이 있었다. 치열교정을 권하는 해당 광고에는 의료 행위에 대한 설명이 없다. "오빠, 무료혜택 받으려면 눌러! 눌러!"라는 문구가 있을 뿐이었다.

공식블로그는 'HIM'을 "20대 남성을 대상으로 한 최고의 밀리터리 매거진'으로 소개하고 있다. /사진='HIM' 블로그 캡처

공식 블로그에 따르면 'HIM'은 국방부를 통해 전 군에 보급되고 있으며, 수익금은 병영문화 활성화 기금으로 활용된다. 그뿐 아니라 국군 장병들의 알찬 군생활과 긍정적인 병영 문화를 이끈다고 소개한다.

그러나 'HIM'이 담고 있는 내용이 긍정적인 병영 문화와 거리가 멀다는 의견도 있었다. 긍정적인 취지와는 다르게 'HIM'에 실린 광고가 지나치게 선정적이며 성을 상품화하는 등 부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코골이 수술을 광고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한 여성이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여행 갈 것을 권하는 내용이 전부다. 수술에 대한 정보는 찾아보기 어렵다. /사진='HIM' 내용물 촬영

의무경찰로 전역한 이모씨(24)는 매달 소대로 배달되는 'HIM'을 종종 읽었지만 여성들을 등장시켜 '눈요기'를 시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가끔 잡지에서 '혐오 발언'도 봤다는 이씨는 남성들이 먼저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성을 예쁜 여자만 보면 이성을 잃는 존재로 일반화하는 것 같다"라며 이에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지난달까지 행정병으로 군생활을 했다는 구모씨(26)는 'HIM'을 소대에 나눠주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국방부에서 나오니까 보긴 했지만, 군인잡지임을 고려하면 광고의 표현문구가 적절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공군 병장 김모씨(24)는 "잡지에 실린 광고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며 "성인 사이트 광고에 더 가까워 보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HIM' 블로그 공식 프로필에 올라와 있는 사진이다. '국방보 보안심의·생활관 비치 승인'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사진='HIM' 블로그 캡처

이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장교들의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전직 장교 김모씨는 'HIM'이 국방부에서 보급되는 잡지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군대는 2차 사회화의 기능도 수행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는 잡지는 교육적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것. 김씨는 "이런 문화가 남성의 성욕이 참을 수 없으며,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해소해야만 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한다"고도 지적했다.

광화문 교보문고 잡지 코너에서 발견한 'MAXIM' 과월호. /사진=김건휘 인턴기자

현직 장교 박모씨도 보급되는 잡지에 대해 불쾌감을 호소했다. 박씨는 “'HIM'이나 'MAXIM(맥심)'이나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방부 보급품이지만 성 상품화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군인권센터 여군인권담당 방혜린 간사는 "현재 'HIM'은 장병들에게 'MAXIM'과 다를 바가 없다는 점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본래 목적에서 어긋났다"고 지적했다.

방 간사는 군대의 요구로 선정적인 광고가 나간다고 주장했다. 그는 "누가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광고를 저렇게 만들겠는가"라며 "여성혐오적 요소를 갖췄다는 점에서 '위문공연'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런 병영 문화가 국내의 여성 문제를 고착시키는 원인중 하나며, 군에는 남자만 있는 게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와는 달리, 'HIM'에 실린 광고들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해군으로 전역한 강모씨(26)는 이 같은 비판이 다소 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性)을 이용하는 건 항상 효과적인 광고 수단"이라며 "군부대에 보급되는 잡지기에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의 남성들이 자신과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강씨는 "시선을 끌긴 하겠지만 광고가 전문성이 떨어져 보인다"라며 "실제로 고객 유치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