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골드만·GE… 흔들리는 '미국의 아이콘'

미국의 주요 산업을 상징하는 기업들이 동시에 충격을 받았다. 실적 전망 악화와 비자금 스캔들 연루, 대규모 구조조정 등이 불거지며 주가가 급락했다. 무역전쟁과 임금 상승, 달러 강세 등으로 기업 이익률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기업의 부진이 경기 침체를 알리는 전조일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12일(현지시간) 미 뉴욕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5% 넘게 떨어졌다. 신형 아이폰 수요가 예상보다 많이 적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투자자 우려를 부채질 한 건 애플에 아이폰용 3D 센서를 공급하는 루멘텀 홀딩스 실적이다. 이 회사는 이날 분기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최대 고객사(애플)가 부품 공급량을 대폭 줄여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웰스파고의 아론 레이커스 IT(정보기술) 담당 연구원은 "루멘텀에 대한 애플의 부품 주문이 최대 30% 축소됐다"고 추정했다. 루멘텀 주가는 이날 하루 무려 33% 폭락했다.


미국 최대 투자은행이자 세계 금융시장을 주무르는 큰손 중 하나인 골드만삭스그룹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말레이시아 비자금 스캔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주가가 7% 넘게 떨어진 206.1달러로, 2016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앞서 미 법무부는 골드만삭스 전직 임원 두 명을 말레이시아 국영 투자기업 1MDB로부터 수십억 달러를 빼돌리는 데 가담한 협의로 기소했다. 심지어 골드만삭스의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였던 로이드 블랭크파인이 관련됐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골드만삭스는 "개인의 일탈"이라며 회사와는 무관하다는 태도이지만, 말레이시아 정부는 골드만삭스가 1MDB로부터 수수료 명목으로 받은 6억달러(약 6795억원) 반환을 요구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이 설립한 140년 역사의 제너럴 일렉트릭(GE)은 실적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주가가 장중 한때 8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50% 넘게 폭락하며 세계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2월 수준으로 후퇴했다. 이날 래리 컬프 CEO가 "회사의 부채 수준을 낮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며 자산 매각 계획을 밝힌 것이 주가 급락의 도화선이 됐다.

미국 제조업과 금융 분야를 대표하는 기업의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미국 경제를 바라보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앞으로 12개월 내 미국 경기가 침체할 확률을 15~20%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 8월 추정치보다 5%포인트 오른 것이다. S&P는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올해 2.9%에서 내년 2.3%로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도 "내년에는 감세 효과가 사라지고,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서 기업의 이익률이 극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면서 "노동시장이 빠듯해지는 가운데 임금과 비용이 오르고, 달러는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