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AI '알렉사' 법정 증언? 美법원 "파일 내라"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아마존 음성인식 인공지능(AI) 알렉사가 탑재된 스마트 스피커 에코. /AFPBBNews=뉴스1

미국 법원이 아마존에 인공지능(AI) 스마트 스피커 '에코'의 녹음 내용을 검찰에 제공하라고 명령했다. 살인사건 당시 상황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하기 때문인데, 아마존은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NBC 등에 따르면 뉴햄프셔주 법원은 지난 9일 "아마존은 음성인식 AI 알렉사가 탑재된 에코 스피커가 지난해 1월 27일부터 29일까지 녹음한 내용과 관련 스마트폰 기록을 법정에 제출하라"며 검찰의 수색영장 요청을 승인했다. 이 기록들은 지난해 1월 29일 뉴햄프셔주의 한 주택에서 벌어진 여성 2명의 피살 사건 재판에 증거로 활용될 예정이다.

검찰은 현재 피해자 한 명의 남자친구의 친구 티모시 베릴을 기소한 상태다. 베릴은 사건이 발생한 집의 출입문 비밀번호를 아는 데다, 피해자들의 사망 추정시간 전까지 이들과 같이 있었던 것이 CCTV로 확인됐다. 그러나 그가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어 검찰은 더 확실한 증거를 찾는 중이다.

검찰은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아마존 에코가 범죄 관련 정보를 녹음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마존 에코는 알렉사를 통해 작동하는데, 이용자가 "알렉사" 하고 부르면 알렉사가 에코 전원을 켜고 대화를 녹음하기 시작한다. AI가 완벽하지 않아 가끔은 다른 단어를 써도 녹음하기도 한다. 이렇게 녹음된 내용은 직접 지우지 않는 한 아마존 서버에 그대로 남는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음성인식 AI 기기와 관련한 개인정보 보호와 정부의 수사 권한 등에 대한 논쟁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장 아마존은 "법적으로 유효하고 구속력 있는 요구 없이는 고객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마존은 법원의 수색영장 발부 결정에 대해 항소할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아마존은 지난해에도 사망 사건 조사를 위해 에코 녹음 기록을 제출하라는 수색영장을 받고 반발한 바 있다. 아마존은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항소했지만, 에코 소유자인 용의자가 동의하면서 법원에 기록을 제공했다.

인터넷매체 복스는 "검찰이 녹음기록에서 증거를 찾게 된다면 또다른 문제가 발생할 것"라면서 정부가 개인의 녹음기록을 가져가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