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벨로퍼 빅3 "리스크 줄이기 총력"

왼쪽부터 정춘보 신영 회장, 문주현 MDM 회장,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순

“10년 주기 위기설이 나오는데 위기의식이 없다. 몸을 낮춰야 한다.”
　
부동산 개발업계 ‘구루’(guru·지도자)들이 몸을 낮췄다. ‘부동산경기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공격적 투자보다 미분양 물량 해소와 실패확률이 낮은 서울 도심 내 토지 확보에 집중하는 것.
　
국내 3대 디벨로퍼 중 정춘보 신영 회장은 이달 초 열린 간부회의에서 위기의식을 높이고 미분양 물량 소진을 1순위로 삼을 것을 주문했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10년 주기 경제위기설이 다시 대두하지만 (내부적으로) 위기의식이 부족한 것같다”고 지적하며 “보수적으로 몸을 낮추고 미분양 물량을 소진하는데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밝혔다.
　
정 회장의 주문에는 최근 급변하는 부동산시장 상황에 대한 경계감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신영은 세종 2-1 복합H1블록 ‘지웰 애비뉴 상가’와 평택 용죽지구 ‘비전 지웰 테라스’ 연립주택에 일부 미분양 물량이 남아있다.
　
문주현 엠디엠 회장도 지난 추석 전후로 ‘광교 더샵 레이크시티’ 조기 완판(완전판매)을 위해 분양 직원들에게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내걸었다. 분양업계의 골든타임으로 불리는 ‘청약 이후 6개월’ 내 미분양 물량을 완판하기 위한 조치다.
　
엠디엠 관계자는 “1997년 외환위기를 기회 삼아 부동산 개발기업을 일군 문 회장이라 부동산시장침체를 경계하면서도 우량 사업부지를 저가에 매수할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엠디엠은 지난 9월 삼성생명의 경기 성남시 분당사옥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대치동 엠디엠타워처럼 리모델링 후 우량임차인을 들이거나 주거시설로 개발하는 안이 유력하다.
　
자체개발사업을 늘려온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역시 위기관리 차원에서 흥행이 검증된 도심 내 알짜부지를 확보하는데 전력을 쏟는다.
　
반도건설은 지난 7월 서울 영등포로터리 인근 로이빌딩을 298억원에 매입, 오피스텔과 상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 1월에는 지하철5호선 영등포시장역과 5·2호선 영등포구청역 사이 토지 및 건물을 501억원에 샀다. 삼성생명이 내놓은 경기 안양시 평촌사옥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택지 공급이 전같지 않아 무리해서 지방 주택사업을 확장하기보다 규모가 작더라도 흥행 가능성이 높은 도심부지 확보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주택 인허가 물량이 11% 감소해 50만가구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건설수주는 6.2% 줄고 건설투자도 올해보다 2.7%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