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앰네스티, 아웅산 수치 최고인권상 박탈 "희망의 상징 아니다"

국제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가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자문역에게 수여한 '양심대사상(Ambassador of Conscience Award)'을 철회했다. 군부 독재에 항거하면서 한때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아웅산 수치가 최근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군의 탄압과 학살을 방관해왔다는 이유에서다.


1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국제앰네스티는 성명을 통해 "아웅산 수치는 소수민족에 대한 군부의 잔혹행위와 표현의 자유 침해를 무관심으로 일관했다"며 "이는 그가 한때 옹호한 가치를 배반한 부끄러운 행동"이라고 밝혔다.

불교국가인 미얀마에서 이슬람교를 믿는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은 멸시와 탄압에 시달리며 기본적 생존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유엔 특별조사단은 미얀마군이 로힝야족을 탄압하는 과정에서 종족 말살 의도를 갖고 대량 학살과 집단 성폭행 등을 저질렀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아웅산 수치 정부는 유엔 조사가 편향됐으며 군부는 합법적인 반란 진압을 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앰네스티는 "군부가 휘두르는 힘이 강력하더라도 미얀마 정부는 인권 증진, 표현, 결사, 평화적 집회의 자유를 위해 개혁안을 제정할 수 있는 상당한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아웅산 수치 정부는 지난 2년 동안 인권옹호자와 평화적 활동가, 기자들을 체포하거나 협박했다"고 지적했다. 또 "아웅산 수치는 특히 미얀마군의 학살을 기록하던 로이터통신 기자 2명을 기소하고 구금한 판결에서도 관련 법률을 옹호했다"고 비판했다.

쿠미 나이두 앰네스티 사무총장은 11일 아웅산 수치에게 보낸 편지에서 "당신이 더는 희망과 용기, 영원한 인권 수호의 상징이 아니라는 사실에 큰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며 수상 박탈을 통보했다.

2009년 국제앰네스티는 최고권위의 인권상인 양심대사상 수상자로 아웅산 수치를 선정했다. 당시 아웅산 수치는 군부독재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가택연금 상태였다.


아웅산 수치는 1988년 8월8일 미얀마의 전국적인 반독재 민주화 시위(8888항쟁) 직후 신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재장악하자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다. 반독재 정치적 결사체인 민족민주동맹(NLD)의 지도자로서 30년 가까이 가택연금과 해제를 반복해 겪으며 민주화운동의 구심으로 활동해왔다.

1991년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하면서 미얀마의 영웅이 된 아웅산 수치는 로힝야 사태를 방관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에 크게 직면했다. 올해 9월 캐나다 의회는 아웅산 수치의 명예시민권을 박탈했으며 올해 3월에는 미국 홀로코스트박물관이 그에 수여한 상을 철회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영국 옥스퍼드와 아일랜드 더블린이 과거 수지에게 준 명예시민상을 박탈했다. 아웅산 수치가 15세 때 정치학을 공부했던 옥스퍼드대학교에 걸려있던 아웅산 수치의 초상화도 떼어졌다. 아웅산 수치가 받은 노벨평화상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노벨위원회는 규정에 따라 수상 철회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