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 뒤 굳는 땅" 조선株, 성장의 기회 돌아올까

조선업종이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 한줄기 빛을 만났다. 올해 한국이 7년만의 세계 선박 수주 1위 국가에 오르면서 실적과 주가 모두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3일 코스피200 중공업지수는 이날 0.54% 하락해 304.54에 마감했다. 증시 하락 속 이날은 약보합세였지만 연초 대비로는 14% 이상 올랐다.

조선 빅3 주가도 호조다. 현대중공업 (119,300원 ▼100 -0.08%)은 이날 강보합세를 나타내 13만3500원에 마감했다. 현대중공업 주가는 세계 선박 발주량이 급감하는 최악의 수주 절벽 속 2015년 하반기부터 주가가 하락해 이듬해 1월21일 역사적 최저가(7만5803원)를 기록했다. 지난해까지도 군산 조선소를 철수하는 등 악재 속 주가가 부진했지만, 올 들어서는 다른 흐름을 보여 연초 이후 39% 울랐다. 삼성중공업 (9,630원 ▲90 +0.94%)과 대우조선해양 (32,700원 ▼600 -1.80%)도 올 들어 각각 약 15%, 141% 뛰었다.

주가 상승은 조선업황이 바닥을 찍고 상승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 1~10월 누적 기준 전 세계 선박 발주량 중 45%를 수주해 7년만의 1위를 차지했다. 기존 1위였던 중국 수주량은 전체의 31%에 그쳐, 올해 연간으로도 한국이 1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조선업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이 축소되면서 수주가 급감하는 모습이다. 한국과의 기술력 격차도 극복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 속 글로벌 해운 시장이 점차 회복세를 보이면서 한국 조선업체들에 기회가 마련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것이 회복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조선업 대장주인 현대중공업의 경우 이미 9월말 기준 조선·해양부문 매출기준 수주잔고가 106억4000만 달러로, 지난해 말(87억6000만달러) 대비 증가세로 전환했다.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도 3조2419억원, 289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각각 3.8% 증가하고 흑자전환했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만명의 근로자가 10만명으로 줄어드는데 3년도 걸리지 않았고, 일자리를 지킨 근로자들도 연평균 6%씩 임금을 삭감당했다"며 "가혹한 환경이지만, 고정비를 40% 이상 감축하고 원가율도 2% 절감하면서 실적 개선에 유의미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해양 규제인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규제가 2020년부터 시행되는 것도 호재다. 이는 선박 연료의 황산화물 함유량을 현행 3.5%에서 0.5%로 제한하는 것이다. 이를 피하려면 기존 배에 '스크러버'라고 불리는 탈황장치를 부착하거나 연료를 저유황유로 변경해야 하는데 '스크러버' 선박들에서 부식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LNG추진선으로 교체하는 것 뿐인데, 한국 조선업체는 LNG선 절대 강자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현재까지 LNG선 18척을 수주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수주했고, 삼성중공업도 10척을 수주했다.

다만 조선업황이 바닥을 통과 중인 만큼 회복 전망은 다소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수익성 회복이 가시화되지 않았고, 구조조정도 여전히 진행 중이어서다. 통상 선박을 수주하더라도 건조까지 2~3년이 걸리고, 현재 건조중인 배들은 수주절벽 시절 저가에 받아왔기 때문에 실적에 오히려 걸림돌이라는 진단도 있다. 실제 증권업계는 현대중공업이 3분기 영업흑자를 기록했지만, 4분기부터 적자전환할 것으로 본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2016년 이후 신규 수주와 신조선가 모두 바닥탈출에 성공해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강도가 충분하지 못하다"며 "원자재 가격의 가파른 상승을 따라가지 못한 선가, 예상보다 더딘 구조조정 등으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내년에도 각각 1140억원, 930억원의 영업적자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