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불법공유 카르텔' 신음하는 업계…"근본적인 대책 필요"

13일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웹툰도둑 잡아라-웹툰 불법공유 사이트 근절을 위한 성과와 과제'토론회에 참석했다/사진=김한정의원실

#5년 차 웹툰 작가 A씨는 요즘도 매일 수면제를 먹는다.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다. 웹툰 불법공유 사이트 때문이다. 그가 웹툰 불법공유 사이트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시점은 2015년도 말 즈음. 처음에는 공론화하는 과정이 오히려 불법공유 사이트를 홍보해주는 일이 되지 않겠나 싶어 말을 아꼈다. 그러던 와중 2017년 밤토끼라는 사이트가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걸 봤다. 동시에 자신의 작품 매출이 점차 줄어드는 것을 체감했다. 1년 사이 그의 작품은 매출이 70% 가까이 감소했다.


웹툰 불법공유 사이트로 인해 웹툰 작가들이 금전적·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2월부터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집중 단속에 나서고 있다. 그렇지만 웹툰 불법공유 사이트는 새로운 주소를 만드는 방식으로 단속을 회피중이다. 웹툰 불법공유 사이트 이면에 온라인 불법도박, 조직폭력배와 연결된 '웹툰 불법공유 카르텔'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국회에서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웹툰도둑 잡아라-웹툰 불법공유 사이트 근절을 위한 성과와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웹툰 불법공유 차단 현황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법·제도적 방안 마련이 제시됐다. 웹툰 플랫폼 업계 관계자를 비롯 웹툰 작가 20여명이 참석해 큰 관심을 드러냈다.

한 불법공유 사이트 피해 웹툰 작가의 증언을 재구성한 내용

◇불법도박과 조폭 연계, '웹툰 불법공유 카르텔'=전문가들은 '웹툰 불법공유 카르텔'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불법 웹툰공유 사이트는 불법 온라인 도박 광고를 수익으로 하고 이들 배후에 조직폭력배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민도 사행산업통상감독위원회 사무처장은 토론문에서 "웹툰 불법공유, 불법도박, 조직폭력이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며 "정부가 상설 합동대응팀을 운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사무처장은 특히 "불법도박이 수익의 원천이자 핵심 연결고리이다"며 "불법도박 단속을 위해 불법도박 단속 특별법 제정과 사행산업통상감독위원회에 특별사법경찰 권한 부여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웹툰 불법공유 카르텔'로 발전한 기업형 웹툰 불법공유 사이트 운영자에게 더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성업 레진엔터테이먼트 대표이사는 "유출자에 대해 기소유예 또는 소액의 벌금형 정도의 가벼운 처벌만이 되어 왔다"며 "기업형 범죄로 발전한 불법유통 사이트에 웹툰을 유출하는 행위는 솜방망이 처벌만으로 대처할 수 없다"고 말했다.

13일 연제원 한국웹툰작가협회 회장이 국회에서 열린 '웹툰도둑 잡아라-웹툰 불법공유 사이트 근절을 위한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 참석했다/사진=이상원

◇차단기간 2개월→2주 단축 가능하지만…문체부vs방심위 갈등=문제는 불법공유 사이트 차단에 걸리는 속도다.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웹툰 불법공유 사이트가 차단되기까지 평균 2개월이 걸린다. 한국저작권위원회와 방심위로 이원화된 심의기관의 구조 때문이다. 방심위의 주된 관심사가 음란물, 폭력물 심의다보니 저작권 문제가 밀리는 문제도 있다. 연간 50만여건의 심의사안 중 웹툰 저작권 관련 문제는 700여건에 불과하다.

문체부와 웹툰업계는 심의 과정을 일원화하면 이 기간을 최대 일주일 정도로 단축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문영호 문체부 국장은 "불법공유 사이트는 몇 시간이면 만드는 반면 심의는 월 1회에 불과하다"며 "현재 구조에서는 웹툰 불법공유를 절대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방심위는 과도한 정보접근권 제한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관련법 개정에 난색을 드러내고 있다.

국회에서도 제2, 제3의 밤토끼를 막기 위한 입법이 준비 중이다. 김한정 의원은 지난 6월 '만화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웹툰의 불법복제 등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실태조사를 정기적으로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작권 보호 정책에 앞서 정확한 피해 상황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김 의원은 "이제 막 꽃피기 시작한 웹툰은 불법복제로 인해 산업기반이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며 "음악‧게임시장도 과거 불법 다운로드가 횡행했으나 지금은 모두가 돈을 내고 이용하는 문화가 자리잡은 만큼 웹툰도 합법시장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법제도 개선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