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머니투데이 트위터
통합검색

오늘의 증시

오늘의 증시
코스피 코스닥 원/달러
2059.52 678.55 1123.40
▼16.24 ▼6.78 ▲3.6
-0.78% -0.99% +0.32%
양악수술배너 (11/12)대한민국법무대상 (12/03~)
블록체인 가상화폐

[개人주의] 가정집에 개 37마리…'애니멀 호더링'

물건 수집하듯 동물 모은 뒤 방치하는 학대…최근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처벌 강화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입력 : 2018.11.15 06:00
폰트크기
기사공유
제주 서귀포시에서 방치돼 있던 개 33마리가 지난 7월 동물보호단체 제주동물친구들에 의해 구조될 당시의 모습. /사진제공= 뉴스1, 제주동물친구들
제주 서귀포시에서 방치돼 있던 개 33마리가 지난 7월 동물보호단체 제주동물친구들에 의해 구조될 당시의 모습. /사진제공= 뉴스1, 제주동물친구들
반려문화가 정착되고 반려견이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옛 속담처럼 '상팔자'로 사는 개들이 많다.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놀거나 외출할 때 펫택시(반려동물 전용 택시)를 이용하는 반려견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호텔에서 함께 여행을 즐기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 세상을 떠날 때면 반려동물 장례식장에서 정성스럽게 장례를 치르기도 한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반려동물에게 허락된 행복의 이유로 반려인들은 '사랑'을 말한다. 모습도 다르고 생애주기도 다르지만 누구보다 가까운 가족으로 사랑을 나눌 수 있다는 것. 맑은 눈망울로 주인만 바라보고 쓰다듬어 주기만 해도 행복해하는 반려동물의 모습을 보면 아낌 없는 사랑을 주고 더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것이 반려인의 마음이다.


하지만 사랑이 항상 반려동물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반려견이라고 해서 모두가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 것도 아니다. 비뚤어진 사랑에 마음에 상처를 입고 고통을 호소하는 반려동물도 많다. 특히 사랑이라는 이름에 숨은 학대인 '애니멀 호더링'에 많은 동물들이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신음하고 있다.
[개人주의] 가정집에 개 37마리…'애니멀 호더링'
◇광적인 수집, 그 후 나몰라라
지난 7월 동물권단체 '제주동물친구들'(제동친)과 경찰은 제주 서귀포시의 한 가정집에서 개 37마리를 발견했다. 당시 4마리는 이미 숨을 거뒀고 나머지 33마리는 분변과 사체가 쌓인 공간에 방치돼 있었다. 굶주림에 젖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어미 곁에는 눈도 뜨지 못 한 새끼 강아지도 발견됐다. 제동친에 따르면 견주는 개들의 이름은 커녕 새끼가 태어났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전형적인 애니멀호더 사건이다.

최근 반려문화가 확산되며 이같은 애니멀호더 행위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동물권단체인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2016년 접수된 동물 방치신고는 68건이지만 지난해에는 270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좁은 공간에 개와 고양이 등을 밀어넣고 나몰라라 하는 애니멀호딩 행위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애니멀호더'(Animal Hoarder·과잉다두사육자)는 개나 고양이 등 많은 동물을 키우면서 방치하는 행위자를 말한다. 이들은 마치 물건을 수집하는 '저장 강박'(hoarding disorder) 장애처럼 동물의 수를 늘리는 데 집착한다. 소지품의 대상으로 동물을 택해 병적으로 수집하는 것. 사랑은 커녕 최소한의 보살핌도 없기 때문에 오랜 기간에 걸쳐 여러 동물들에게 고통을 주는 가장 잔인한 학대 중 하나로 여겨진다.

제주 서귀포시에서 방치돼 있던 개 33마리가 지난 7월 동물보호단체 제주동물친구들에 의해 구조될 당시의 모습. /사진제공= 뉴스1, 제주동물친구들
제주 서귀포시에서 방치돼 있던 개 33마리가 지난 7월 동물보호단체 제주동물친구들에 의해 구조될 당시의 모습. /사진제공= 뉴스1, 제주동물친구들

1981년 발표된 미국 공중보건학술논문에 따르면 애니멀호딩의 기준은 △일반적인 가정에서 키우는 반려동물보다 훨씬 더 많은 수를 키우는 것 △전염병·영양 결핍·비위생적인 환경에 동물을 방치 △동물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사실 부정 △애니멀호딩 행위로 동물은 물론 주위에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부정 등이다. 실제 많은 애니멀호더들은 자신이 동물들에게 사랑을 주고 있다고 강하게 믿고 있다.

이같은 애니멀호더의 원인으로 정신적인 문제가 주로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애니멀호더 대부분이 소유강박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관련 연구기관인 미국의 HARC는 "혼자 살거나 사회적으로 실패를 겪은 사람 등이 애니멀호더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대체로 사회생활에서 얻은 자신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수단으로 애니멀호더로 들어선 경우가 많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무책임한 당신 '애니멀호더'
그렇다고 모든 애니멀호더가 정신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반려동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거나 책임질 만큼의 여력이 없는 경우 나도 모르게 애니멀호더로 변할 수 있다. 애니멀호더에 아직 둔한 사회적인식도 학대를 부추긴다.

지난 7월 동물권행동 카라와 한국고양이보호협회(고보협) 활동가들이 경기 안산시에 있는 한 노부부의 집에서 고양이 30여 마리를 구조했다. 구더기와 악취가 넘치는 좁은 집에 갇힌 고양이들은 굶주림과 질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눈에서 진물을 흘릴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던 고양이들은 치명적인 전염질병인 범백(범백혈구 감소증)를 앓고 있었다. 비위생적인 환경에 방치된 결과였다. 결국 구조 2주 만에 8마리가 세상을 떠났다.
[개人주의] 가정집에 개 37마리…'애니멀 호더링'
겉으로 보기에 전형적인 애니멀호더 사건이지만 노부부가 동물에 악의를 품거나 정신적인 문제를 지닌 것은 아니었다. 4년 전 3마리에 불과했던 고양이들이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탓에 임신과 출산을 거듭하며 급격히 늘어 수습불가 상태에 놓이게 되었을 뿐이다.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지만 이를 막기 위한 중성화나 입양 등 반려동물 적절한 대처방법을 몰랐던 노부부의 사랑은 어느새 학대로 변했다.

전반적인 취약계층 반려동물에 대한 복지지원, 미비한 동물 복지 시스템이 의도치 않은 애니멀호딩을 부추기는 것이다. 카라는 해당 고양이들을 구조한 뒤 "숱하게 애니멀호더와 학대 받는 동물들의 소식을 접하지만, 이에 대한 논문 한 편이나 제대로 된 연구 자료도 없다"면서 "독거노인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부부 등의 반려동물에 대한 지원도 어렵다"고 꼬집었다.

◇해외는 강력 처벌, 우리나라는?
우리나라보다 앞서 반려문화가 정착된 선진국은 애니멀호더에 대해 강력한 처벌·방지 대책을 시행 중이다. 애니멀호더 행위를 정신적 문제로 간주하는 미국은 세밀한 동물보호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어기면 사육 자체를 금지한다. 국제적인 동물권 단체인 '동물의윤리적처우를바라는사람들'(PETA)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일부 주는 애니멀호더에게 징역형과 함께 거주지 조사 후 '동물 소유 평생 금지'를 선고했다.

철저한 사전 관리로 동물 수집 행위 자체를 예방하는 국가도 있다. 호주와 싱가포르는 반려견등록제를 통해 4마리 이상의 반려동물을 키울 때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도 한 사람이 개를 3마리 이상 키울 수 없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최근 우리나라도 애니멀호더 방지를 위해 나섰다. 애니멀호더를 처벌하고 동물학대를 방지하는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지난 9월부터 시행됐다. 해당 개정안에 따르면 애니멀호더를 비롯, 동물학대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좁은 공간에서 비위생적으로 방치되는 사육환경에 대해서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동물의 일상적인 동작에 지장이 없을 것 △체장(體長·코부터 꼬리까지의 길이)의 2.5배(가로), 2배(세로) 이상의 사육환경 제공 △목줄에 결박되거나 목이 조여 상해 입지 않도록 할 것 등이다. 사육하는 동물이 여러 마리일 경우 사체나 전염병이 발생하는 즉시 격리하고 상해를 입을 시 빠른 수의학 처치도 의무로 규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이 동물권단체의 입장이다. 제주동물친구들은 지난 7월 폐가에서 구조한 33마리의 개 중 21마리가 주인에게 반환됐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김미성 제동친 동물지원팀장은 "애니멀호딩 정황이 드러나는데도 불구하고 별다른 재발방지 대책 없이 시청이 견주에게 보호조치 중인 개들을 반환했다"며 "애니멀호딩 근절을 위해 법 개정만이 전부가 아니라 실질적인 규제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