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선위, 삼성바이오 4.5조 분식회계 결론…대표해임·검찰고발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결론을 발표하고 있다. 증선위는 이날 삼성바이오의 자회사 회계 처리 위반 여부에 대해 '고의적 분식회계' 결론을 내렸다. 실질심사 규정에 따라 삼성바이오의 증시 거래는 이날부터 중단된다. 만일 심사기관인 한국거래소가 심사 대상으로 결정하면 추가로 상폐 여부가 논의된다. 사진=뉴스1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기준 위반 여부에 대해 4조5000억원에에 이르는 고의적 분식으로 결론내렸다. 올해 5월 금융감독원의 분식회계 잠정결론 이후 반년여 만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금융당국의 판단이 사실상 마무리된 셈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1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16층 대회의실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기준 위반 안건에 대해 심의·의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선 회계기준 위반 의견과 함께 대표이사 해임권고와 과징금 80억원, 검찰고발 조치를 의결했다.

외부감사를 맡은 삼정회계법인에 대해선 중과실 의견과 함께 과징금 1억7000만원에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감사업무 5년 제한, 회계사 4명에 대한 직무정지를 건의하고 안진회계법인에는 과실 의견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 감사업무를 3년간 제한하기로 했다.

이날 의결안은 5억원 이상 과징금 부과에 공인회계사 직무정지가 포함된 데 따라 다음달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김용범 증선위원장은 "원칙중심 국제회계기준(IFRS) 특성과 한미간 회계기준 차이, 바이오·제약 산업 특수성을 면밀히 검토했다"며 "콜옵션의 실질성이나 계약에 의한 지배력 공유여부 등을 하나하나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증선위는 삼성그룹 바이오 사업에서 신약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2012~2013년 자회사(종속회사)로 분류한 것에 대해선 과실 의견을, 2014년 종속회사로 분류한 데 대해선 중과실로 결론내렸다. 안건의 핵임인 2015년 관계사 전환 대해선 고의적 회계기준 위반으로 봤다. 금감원이 지난달 재감리를 통해 내린 결론을 대부분 수용한 셈이다.

분식회계 여부를 가를 쟁점이었던 삼성바이오에피스 합작사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미리 정한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에 대해선 출자 약정 등을 고려할 때 "처음부터 바이오젠과 공동경영 상태였다"고 판단했다.

관계사 전환에 따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 50%+1주의 가치를 4조8000억원으로 평가한 점에 대해선 "관계사로 전환이 부당하고, 지분평가 방법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취소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규모는 4조5000억원대로 계산됐다.

한편 이날 증선위가 고의적 분식으로 결론 내리고 검찰 고발을 함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한국거래소는 심의결과가 발표된 직후 회사에 대해 거래정지 조치했으며,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를 거쳐 상장유지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다만 앞서 수조원대 분식회계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를 받았던 대우조선해양 역시 상장폐지는 면한 데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계속기업 가치가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상장폐지엔 이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번 결과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증권선물위원회의 판단에 매우 유감"이라며 "행정소송을 통해 회계처리 적법성을 입증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