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합의했지만…'브렉시트 초안' 英 내각 통과도 불확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지난달 15일 (현지시간) 런던의 하원에서 브렉시트 협상 진전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메이 총리는 이날 많은 분야에서 영국과 EU 간에 합의가 이뤄졌다며 협상 타결이 여전히 가능하다며 "협상 합의가 영국과 EU 모두에게 최고의 결과라는 생각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마침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조건에 합의했다. 아일랜드 국경 분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정 기간 영국 전체가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번 방안이 효력을 얻기 위해서는 양측 의회의 비준을 모두 받아야 한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내각 통과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당분간 브렉시트를 둘러싼 잡음은 계속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영국과 EU 대표가 1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밤늦게까지 협상을 벌여 브렉시트 합의문 초안을 도출했다고 사안에 정통한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시행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양측이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국경 분리 문제를 피하고자 별도의 합의가 있을 때까지 영국이 EU 단일시장에 남는 데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대표가 영국의 관세동맹 잔류 반대 의사를 철회하면서, 북아일랜드만 EU 관세동맹에 남기는 방안은 사실상 폐기됐다고 했다.

수 개 월간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브렉시트 협상이 마침내 돌파구를 찾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우선 영국 내각을 통과해야 한다. 내각 관료들은 이날 밤부터 합의문 초안을 검토한 뒤 오는 14일 오후 2시 회의를 열고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여당인 보수당 인사들로 구성된 내각이지만 이번 브렉시트 초안 통과는 쉽지 않아 보인다. 테리사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협상안에 반대하는 강경파 세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하드 브렉시트(EU와의 확실한 단절)' 진영의 대표주자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은 이날 "이번 합의안에 따르면 영국 의회가 자국 법률에 발언권을 못 가진다"며 각료들이 반대표를 던질 것을 촉구했다. 보리스 존슨의 동생인 조 존슨은 이미 지난 9일 메이 총리의 협상안에 대한 반발로 교통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영국 내각을 넘더라도 의회라는 더 높은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다. 의회 통과를 위해서는 연정을 구성하는 다른 정당과 야당을 설득해야 한다. 메이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은 현재 총 650석인 하원에서 315석으로 다수당을 차지하지만, 과반인 325석에는 미치지 못한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메이 정부가) 이번 협상을 엉망으로 끌어왔다는 것을 안다"며 "나라 전체에 좋은 거래가 되지 않는다면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