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하던 K-바이오, 삼성발 '신뢰위기' 봉착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 재감리 안건 논의를 위한 증선위원회 회의 참석을 마친 김태한 대표이사가 14일 오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를 나서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제약·바이오업계가 금융위원회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결론에 한국 바이오 전반의 신뢰 추락을 불러올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14일 업계 관계자는 "한국 대표 바이오 기업의 하나로 인식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는 '코리아 바이오 디스카운트'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며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 외면 현상부터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우려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는 최근 해외 기관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인 한 중견 제약사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A제약사 관계자는 "몇 년 전 대주주 집안에서 이사회 결정을 놓고 소란이 있었는데 원만히 해결됐다"며 "당시 기사를 놓고 해외 기관들이 '실제로 대주주 일가가 일방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느냐'고 질문했다"고 말했다.

A제약사는 해명을 하는 데 진땀을 뺐다고 했다. 결국 이 기관은 A제약사에 투자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특히나 분식회계는 범죄로 인식되는 데 해외 제약사나 투자자들이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 전반의 일반적 관행으로 취급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투자 기피는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기업 상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연구개발비 마련을 위해 상장을 노리는 대부분 바이오 기업들에 타격이 미칠 수밖에 없다. 연내 상장이 목표인 ABL바이오를 비롯해 에이치피바이오연구소, 디앤디파마텍, 하임바이오 등이 대기 중이다.

유치된 자금은 임상을 비롯해 기술도입, 연구활동 등에 두루 쓰인다. 투자 기피는 공모가 할인을 불러오고 투자활동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해외 기업과 기술제휴 내지 기술수출을 노리는 곳들도 걱정이다. 신약 후보물질의 상업적 가치는 데이터가 말해주지만 기업 자체의 신뢰성을 트집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약 자체에 대한 데이터는 속일 수 없어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와 상관 없는 듯 보이지만 이를 과거 줄기세포 논문 조작이나 최근 한 바이오 기업의 주가조작 적발 때도 직간접적 영향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