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석상서 사라진 류창둥 징둥 회장…신변이상 관측도

지난 9월 1일 미국에서 성폭행 혐의로 체포된 류창둥 징둥닷컴 회장.

중국의 2위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닷컴의 류창둥 회장이 미국에서 성폭행 혐의로 체포됐다 풀려난 이후 두문불출하고 있다. 중국 내 공식행사에서 자취를 감추면서, 공산당 지도부의 눈 밖에 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류 회장이 최근 저장성 우전에서 열린 제5회 세계인터넷대회 등 주요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그의 신변에 이상이 생긴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류 회장은 지난 11일 중국 최대의 쇼핑할인행사인 광군제(독신자의 날) 행사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류 회장이 직접 소비자에게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강점을 설명하며 매출 신장을 독려했다. 그는 또 지난달 중순 상하이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콘퍼런스와 톈진에서 열린 하계 다보스포럼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가 미국에서 성폭행 혐의로 체포된 이후 공식석상에 나타났던 것은 지난 10월 12일 영국에서 열린 영국 왕가의 결혼식이 마지막이었다.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이자 중국을 대표하는 IT 기업 대표였던 류 회장이 성 추문 때문에 중국 지도부로부터 미운털이 박혔거나,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기 꺼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그는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이해 중국 공산당이 수여하는 '명예 자본가' 상에도 뽑히지 않았으며, 지난달 시진핑 국가 주석이 중국의 주요 IT 그룹 회장을 초청해 진행한 간담회에도 불참했다.

류 회장은 최근 개인적으로도 불행한 일을 겪었다는 소식도 나온다. 중화권 언론에 따르면 류 회장과 두 살 터울인 하나뿐인 여동생인 류창루가 이달 초 출산 과정에서 의료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류 회장은 지난 8월 31일 강간혐의로 미국 경찰에 체포돼 9월 1일 증거 불충분으로 일단 석방됐으며, 석방된 이후 곧바로 귀국했었다. 당시 류 회장은 미네소타 경영대학원이 제공한 숙소에 머물고 있었으며, 이 숙소에서 중국 출신 여학생에게 강간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경찰은 그를 석방하면서 증거불충분으로 일단 내보내지만 기소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성폭행 혐의가 확정되면 류 회장은 최소 12년 이상의 형량을 선고받게 된다.

류 회장의 개인 일탈로 중국 전자상거래 1위 알리바바를 위협하는 업체로 성장했던 징둥닷컴도 위기에 처했다. 주가는 올해 고점 대비 55% 이상 폭락했으며, 585곳에 달하던 기관투자자도 최근 100여 곳으로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