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사법농단' 첫 피고인…박병대, 19일 피의자 소환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사건에서 '키맨'으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재출석 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일선 법원의 재판에 개입했다는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임종헌(59·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임 전 차장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을 역임하며 사법농단 의혹 전반에 깊이 연루돼 법정에 서는 첫 피고인이 됐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4일 오후 임 전 차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무상 비밀누설·허위공문서작성·직무유기·위계에의한공무집행방해·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국고손실·공전자기록위작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 30여개의 범죄사실을 기재했다. 공소장 분량은 구속영장 청구서보다 다소 늘어난 242쪽에 달한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민사소송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소송 등을 둘러싸고 '재판거래'를 시도,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점을 주요 혐의로 기재했다. 또 박 전 대통령 '비선 의료진' 특허소송 관련 정보수집을 하고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과 유동수 더불어민주당의원의 민·형사 재판 전략을 대신 세워주는 등 법원 조직 이익을 위해 법원행정처 차장의 직권을 남용하고 공무상 기밀을 누설했다는 혐의도 적용했다.




이와 함께 뇌물공여 혐의를 받은 부산 건설업자 정모씨의 형사재판에 법원행정처가 관여하는 등 부당한 조직 보호를 위한 범죄와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명목의 예산 3억5천만원을 현금화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 혐의의 상당 부분이 직속상관이었던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의 공모로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들을 피의자로 소환 조사하기로 하고 우선 박 전 대법관에게 19일 오전 9시30분 소환 조사키로 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을 이날 재판에 넘긴 후에도 추가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사건 파기환송심에 법원행정처가 직접 개입했는지도 수사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임 전 차장 기소는 사법농단 수사의 완성본이 아니라 출발점"이라며 "공소장에 담겨있는 것 외에도 조사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