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연내 답방, 향후 2~3주가 데드라인

【평양=뉴시스】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9월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입장하고 있다. 2018.09.19.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방문 성사 여부는 앞으로 '2~3주'에 달려있다. 그 안에 북미 고위급 회담이 진행돼 비핵화와 북한 체제보장 협상의 '다음 단계'를 논할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지난 9월18~20일 진행됐던 평양 남북 정상회담은 말 그대로 '속전속결' 세팅된 회담이었다. 회담 이틀 전에 도착했던 선발대는 밤을 새어가며 눈코 뜰 새없이 북측과 논의하며 남북 정상의 동선을 준비했다고 한다. 확정해야 할 건 많았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벼락치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북한 정권수립 기념일(9·9절)과 기간이 맞물리며 촉박하게 준비한 영향이었다. 회담 한 달 전쯤인 8월13일에 남북 고위급 회담을 통해 '9월 평양 개최'를 합의했고, 회담 2주일 전쯤인 9월5일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대북특사로 평양을 방문해 날짜를 확정했었다. 실제 4·27 남북 정상회담 보다도 약 2주 정도 세팅 속도가 느렸다. 4·27 회담의 경우 3월6일에 '4월말 판문점'에 남북이 합의했었고, 3월29일에 정확한 날짜가 확정됐었다.

이같이 벼락치기로 준비했던 9월 평양회담의 사례를 통해 볼 때 남북 정상회담 세팅의 마지노선은 '1달' 정도인 것으로 파악된다.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의제와 관련해 합의 내용을 도출해야 하고, 양 정상이 만나 진행할 이벤트와 동선을 확정해야 하며, 이에 맞춘 경호 문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남북 관계라는 특수성을 미뤄볼 때 하루아침에 진행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닌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약속했던 '김 위원장의 연내 방남'을 위한 남북 고위급 접촉이 11월 중, 아무리 늦어도 12월 초에는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 된다. 그래야 12월 말 김 위원장이 서울을 찾을 수 있는 여건이 '벼락치기'로라도 조성될 수 있다. 데드라인이 2~3주 정도 밖에 안 남은 것이다.


청와대는 지금까지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 성사에 무게를 둬 왔다. 하지만 데드라인이 다가오면서 온도의 변화가 느껴진다. 정확하게는 지난 8일 예정됐었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간 고위급 회담이 연기 된 후 '관망세'에 가깝게 됐다.

북미 간 긍정적인 결과물이 없는 상태에서 김 위원장의 답방만 서두르는 것에 대한 부담이 읽힌다. 김 위원장이 서울을 찾아도, 북미 간 합의 없이는 의제라는 측면에서 '빈손' 답방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했던 영변 핵시설의 검증·폐기와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 간 교환도 이뤄지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협상의 다음 단계를 논하기 어렵다.

결국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앞서 북미 고위급 회담이 개최돼야 한다. 여기서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한 결정 등도 선행돼야 한다. 서울 남북 정상회담을 북미 정상회담 이전에 할 지, 이후에 할 지 여부는 그 다음 문제다.

북미 정상회담이 1월초를 넘어서 생각보다 늦은 시점으로 가닥이 잡힌다면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답방을 서두를 수 있다. 대화의 촉진자 역할을 해야 할 상황이라면 역시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서울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려고 할 것이다. 이 경우에는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 가능성이 살아있게 된다.

반면 북미 정상회담이 1월초로 확정된다면 굳이 무리하지 않고 서울 남북 정상회담을 북미 정상회담 이후로 미룰 수 있다. 북미 간 두 번째 정상회담의 조기개최를 통한 긍정적인 결과물 도출이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에 굳이 목매지 않아도 된다. 12월말이나, 1월말이나 큰 차이점이 없다는 판단이 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