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완전한 비핵화 아닌 핵 비확산 수준서 끝날 가능성”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한반도비핵화대책특별위원회 창립 회의에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2018.11.15.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북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상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양측이 결국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벗어나 미래 핵 동결 등 ‘핵 비확산’ 수준에서 타결을 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한반도비핵화대책특별위원회’ 창립회의 기조강연에서 “북미가 중간 지점에서 북핵 문제를 마무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정 전 장관은 “북미 후속협상 과정에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현실화되기 시작했다”며 “미국 실무관료들이 북한의 ‘선 행동’을 요구하던 25년 동안의 인습과 습관으로 다시 회귀하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 실무진을 뜻을 따라가고 있다고 설명하며 미국의 비핵화 기조가 과거 부시정부 때와 같은 ‘선 비핵화 후 보상’ 원칙인 리비아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6.12 회담 직후에는 빠른 비핵화를 이야기하다가 지금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비핵화 하겠다고 한다. 미국은 북한이 핵시설 리스트를 신고하고 사찰·검증을 하면 보상할 수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미국의 선의를 믿고 자진해서 풍계리·동창리에 비핵화 선제조치를 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 실무진이 종전선언에 난색을 표시하면서 종전선언은 (비핵화 조치가 끝난) 마지막에 해주는 거라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한반도비핵화대책특별위원회 창립 회의에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2018.11.15.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리비아식’ 때 북핵능력 고도화= 정 전 장관은 “미국이 비핵화 상응조치에 대해 묵묵부답하고 있다”며 “리비아식 비핵화를 고집하면 미중 패권경쟁의 심화 속에서 결국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핵 문제를 봉합하는 수준에서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부시정부 때 오히려 북핵능력이 고도화만 됐다. 북한은 리비아의 사례를 보며 선 비핵화 방식에 반대하고 있다. 미국은 자기들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말은 전혀 안하면서 상대 행동을 원인으로 만들어 딜을 시작한다”며 북핵문제가 갑을관계에 있다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미국 실무자들이 리비아식을 관철하려는 것은 진의가 따로 있다고 봐야 한다”며 “미국의 실무자들은 퇴직 후를 생각해 군산복합체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그래서 계속 긴장이 유지되길 바라는 것”이라고 했다.

정 전 장관은 미국이 리비아식 해법을 고집해 비핵화가 핵 비확산 수준에 그칠 경우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며 정부와 국회가 이를 막기 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한반도비핵화대책특별위원회 창립 회의에서 기조강연을 하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심재권 한반도비핵과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기헌, 권미혁, 신동근, 김민기, 박완주 의원, 심재권 위원장,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민홍철, 김한정, 이재정 의원. 2018.11.15.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주변국 통한 北비핵화 촉진·감시체제 구축= 정 전 장관은 “한국은 중·북·일·러와 협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미국을 움직이려면 일본에 호소해야 한다”며 “북한이 선 조치를 일부 이행하도록 설득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그는 “한·중·일·러 등이 손을 잡고 비핵화가 제대로 되도록, 리비아 방식으로 이상하게 변질되지 않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리비아식에 대한 북한의 공포를 해소하면서 북미수교를 달성하고 평화체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전 장관은 “평화체제 구축이 진행되면 리비아식에 대한 북한의 공포는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며 “평화협정은 남북미중 4국이 체결하더라도 러·일의 지지와 보장이 뒤따라야 한반도 평화체제가 지속 가능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