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대표 독일 경기마저 둔화…美서 경계 목소리↑

지난 7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경제자문기관 '경제전문가협의회(GCEE)'의 연례 보고서 발표회에 참가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왼쪽 다섯째)가 참가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신흥시장을 넘어 독일과 일본 등 선진시장 경기도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호주의와 일방주의를 앞세운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서다. 미국 경제는 여전히 강한 모습이지만, 세계 경제 침체 속에 나 홀로 성장을 지속하기 힘들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로존 부진에 ECB 긴축 우려 고조

독일 연방통계청은 14일(현지시간) 독일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2분기 대비 0.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0.1%)를 밑도는 것으로 2015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9월 상품 수출도 한 달 전보다 1.2% 줄면서, 성장 엔진이 약해진 모습을 보였다.

독일 경기가 나빠진 가장 큰 원인은 지난 9월부터 새로운 배출가스 규제 방안이 시행되면서 자동차 생산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는 모든 디젤차를 대상으로 배기가스 규제를 대폭 강화했으며, 이 때문에 일부 디젤차 판매가 불가능해졌다. 독일자동차협회(VDA)는 9월 자동차 생산량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 급감했다고 밝혔다.

유럽 경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독일 경제가 흔들리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권) 전체에 충격을 줬다. 3분기 유로존 경제성장률은 0.2%에 그쳐 2014년 2분기 이후 가장 부진했다. 유로존 3위 경제국 이탈리아가 예산안 문제로 유럽연합(EU)과 갈등을 빚은 것도 악재가 됐다. 이탈리아의 3분기 성장률은 제로(0%)로 간신히 역성장을 피했다.


유럽 경제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올해 말 양적완화(자산매입) 정책을 끝내려던 유럽중앙은행(ECB)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역전쟁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ECB가 무작정 긴축을 밀어붙이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독일 경제가 계속해서 부진하다는 신호가 나타난다면, 지난 3년간의 대규모 채권매입 프로그램에서 빠져나오려는 ECB 정책입안자들에게 고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 9월 2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FOMC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이 자리서 급격한 물가상승을 예상하지는 않는다면서 점진적인 금리 인상은 견조한 미국 경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FOMC는 이날 기준금리를 1.75∼2.00%에서 2.00∼2.25%로 올렸으며 오는 12월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日·中 경기도 둔화…美, 잠재 위협 경계

독일은 물론 일본과 중국 경제도 불안한 모습이다. 일본은 경기 부진에 태풍과 지진 피해까지 겪으면서 3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1.2%(연율)를 기록했고, 미국으로부터 전방위적인 무역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은 소비와 수출이 모두 부진의 늪에 빠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세계 경제의 부진이 계속된다면 결국 미국 경제도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이날 댈러스 연방은행이 주최한 경제전망 콘퍼런스에서 "미국 경제는 현재 낮은 실업률과 강한 성장세를 보이며 잘 되고 있지만, 세계 경기 둔화와 감세 효과 소멸 등이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연준은 경기 침체를 피하려고 금리를 천천히 올리고 있다"면서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부터 매번 기자회견을 진행해 정책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지금까지 분기별로 정책금리를 바꾸던 연준이 경기 상황에 따라 월 단위로 대응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도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부채 부담이 커지고, 빡빡한 노동시장이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면서 "감세 조치가 경기 부양에 도움을 줬지만, 다른 곳에서 세수를 마련하지 않으면 결국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사회보장과 의료보험 등에 대한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