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카슈끄지 살해' 사우디 제재…국제 유가 반등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AFPBBNews=뉴스1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에서 활동하는 자국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를 공식 인정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관련자에 대한 제재를 결정하면서 국제 유가가 반등했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카슈끄지 살해에 관여한 사우디 관료 17명을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제재 대상에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측근 사우드 알 카흐타니와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도 포함됐다. 이들은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며 미국인과 미국 기업과 거래를 할 수 없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은 "미국은 카슈끄지의 남겨진 가족들을 위해 정의를 구현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사실을 규명하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고 있고, 관련자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사우디 검찰도 이날 성명을 내고 사우디 정부의 카슈끄지의 살해 및 시신 유기 사실을 인정했다. 검찰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지난달 2일 카슈끄지의 사우디 귀환을 협상하기 위해 총 15명을 터키에 파견했다. 그러나 양측 간에 논쟁이 벌어졌고 협상팀을 이끄는 팀장은 카슈끄지가 귀국에 협조하지 않으면 살려 내보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그는 약물을 투입해 카슈끄지를 살해, 시신을 토막 내 터키 현지 조력자에게 넘겼다고 검찰은 전했다.

사우디 검찰은 범행을 자백한 5명에게 사형을 원한다고 발표했지만 사우디 정부의 '꼬리 자르기'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지시 없이는 이번 범행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번 발표에도 빈 살만 왕세자가 아닌 아흐메드 알아시리 전 정보총국 부국장이 총 책임자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사우디에게 진실 규명을 압박해 온 터키 정부는 사우디 검찰의 이번 설명이 "불만족스럽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NYT는 "미국과 사우디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사건을 빨리 해결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이번 제재가 사우디 검찰이 카슈끄지의 살해 사실을 공식 인정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카슈끄지 사태로 빈 살만 왕세자의 왕권이 도전받는 상태다. 미국은 사우디에 무기 판매 및 군사 협력을 중단하라는 의회의 압박을 받고 있다.


최근 급락세를 보였던 유가는 미국의 사우디 제재에 따라 연이틀 상승세를 지켰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 대비 배럴당 21센트(0.4%) 상승한 56.4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