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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 뭔지 혼란한 세상…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줄리아 투자노트]

줄리아 투자노트 머니투데이 권성희 금융부장 |입력 : 2018.11.17 07:31|조회 : 8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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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을 보면서 죽으면 지옥에 떨어지지 않을 방도가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선한 의도로 했던 하얀 거짓말조차 단죄의 대상이 되는 장면에선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방관 자홍은 불을 진화하다 사망한 동료의 어린 자녀가 안타까워 아버지가 장기출장 간 것처럼 속이고 아버지인 양 편지와 소소한 선물을 보냈다. 이 ‘선한’ 마음이 거짓이란 이유로 나쁜 거짓말과 같은 죄 취급을 받는다.

진실이 뭔지 혼란한 세상…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거짓말은 때로 우리 인생을 부드럽게 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거짓말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교양의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던 B. 피터슨 토론토대 심리학과 교수는 ‘12가지 인생의 법칙-혼돈의 해독제’라는 책에서 인생을 올바르게 살기 위한 8번째 법칙으로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라.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거짓말을 하지 말라며 병원에 첫 임상교육을 받으러 갔을 때 경험을 소개했다. 당시 그와 다른 학생들은 병원 복도에 일렬로 서서 임상실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 한 조현병 환자가 다가와 자기도 함께 할 수 있냐고 물었다. 학생들은 환자가 상처받지 않도록 적당히 거절해야 하는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그 때 피터슨 교수가 “우리는 심리학을 공부하는 학생들로 당신과 함께 할 수 없다”고 사실대로 말했다.

피터슨 교수는 '우리는 학생이고 당신은 환자'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가혹한 대답을 한데 대해 “거짓말은 선의에서 하더라도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피터슨의 말대로 거짓말은 의도와 관계없이 모두 끊어야 할까. 그렇다면 이유는 뭘까.


첫째, 거짓말은 뒤틀린 욕망을 지속시킨다=우리는 다양한 이유로 거짓말을 한다. 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책임을 회피하려고,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려고,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좋은 성적이나 실적을 얻으려고 등등으로 크고 작은 거짓말을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한다.

이런 거짓말은 2가지 믿음이 있기에 가능하다. 첫째, 현재의 지식으로 판단한 옳고 좋은 것이 미래에도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이다. 문제는 현재 옳고 좋다고 판단한 것이 미래에도 그러리란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둘째, 지금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내버려두면 견디기 힘들 것이라는 믿음이다. 이는 자신이 견디기 힘든 현실을 조작해야 하고 조작할 수 있다는 확신과 교만을 깔고 있다.

이 2가지 잘못된 믿음으로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뒤틀린 욕망 때문이다. 지금의 뒤틀린 욕망이 미래에도 내게 좋은 것이라 생각하며 이 욕망을 충족하고자 거짓으로 현실을 조작한다.

피터슨은 책에서 19살 때 53살이 되면 은퇴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30년간 열심히 일한 여성을 소개하며 “19살 소녀의 자아가 53살 자아에 대해 무엇을 알겠는가”라고 반문한다. 거짓으로 지탱되는 뒤틀린 욕망의 비극은 그게 진실로 좋은 것인지, 가치 있는 것인지 모른다는 점이다. 스스로 진실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둘째, 거짓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게 한다=사람들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고통스럽거나 누추한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두려워 거짓의 옷을 입는다. 때로 진실을 말하면 갈등이 생길까 두려워 현실을 외면하고 적당히 타협한다. 이를 ‘작위에 의한 죄’라고 한다.

현실을 진실의 눈으로 보기가 얼마나 어려웠으면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한 인간의 가치는 진실을 얼마나 용인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 진실을 용인하지 못하고 거짓으로 현실을 회피하면 수정할 기회를 놓친다는 것이 문제다. 현실에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면 고치려 하지만 괜찮은 척하면 고칠 기회를 잃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피터슨 교수는 우리를 구원해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것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에서 배우겠다는 의지를 갖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현실을 직시해야만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현재 알고 있는 것, 의지하고 있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며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셋째, 거짓은 교만을 낳고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 된다=처음에는 하나의 작은 거짓말로 시작한다. 그 작은 거짓말에 그 거짓말을 뒷받침하기 위한 다른 작은 거짓말이 보태지고 그 거짓의 구조를 숨기기 위해 스스로 거짓이 진실인 양 생각을 왜곡하게 된다. 이 거짓이 사람들을 속이는데 성공하면 자신이 마음대로 다른 사람의 생각과 현실을 조작할 수 있다고 교만해진다. 교만해지면 더욱 거짓말을 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거짓은 결국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기 전까진 끝나지 않는다. 다행인 점은 거짓으로 강화되는 교만이 거짓을 무너뜨리는 덫이 된다는 점이다. 교만하면 마음의 경계가 무너지고 해이해져 거짓의 구조물에 균열을 만들기 때문이다.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의혹을 바라보며 사건에 연루된 쌍둥이 자매와 같은 나이의 아들을 키우는 엄마로 많이 안타까웠다. 자매와 그 아버지의 주장처럼 시험문제를 유출한 적이 없다면 그 억울함이 안타깝고, 시험문제를 유출했는데도 아니라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면 거짓말을 하는 그 마음이 안타까워서다.

유출한 적이 없는데 억울한 일을 당한 것이라면 그 가족에게 화병이 생길지언정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거짓으로 인생이 왜곡되진 않았으니 고통 속에서도 올바른 삶으로 회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면 설혹 법적 처벌을 피한다 해도 거짓으로 왜곡된 삶의 치유는 훨씬 어려울 수 있다. 거짓은 영혼을 병들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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