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美 금리인상 기조 지속.. 신흥국 금융불안 반복될 가능성"

한국은행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취약국 중심의 신흥국 금융불안이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18일 '해외경제포커스-과거 사례와 비교한 최근 신흥국 금융불안의 특징'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신흥국 금융시장의 주가는 올해 2월 약세국면으로 전환한 이후 빠른 속도로 하락했다. 올해 2~10월 중 주가(MSCI 신흥국 지수)는 23.4% 하락했다. 신흥국 환율은 10월말 현재 2월초 대비 14.4% 하락해 2010년대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의 순유입규모가 올해 들어 크게 줄었다.

신흥국 채권에 대한 부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채권가격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신흥국 채권에 대한 가산금리(미 국채 기준)와 CDS프리미엄(부도위험 전가 수수료)이 2~10월중 각각 103.8bp, 91.4bp 상승했다.

한은은 이러한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미국의 금리인상과 달러화 강세에 의해 촉발된 것으로 분석했다. 미 연준은 정책금리를 올해 1~10월중 3차례에 걸쳐 25bp씩 인상했다. 이 기간중 시장금리도 정책금리 인상분만큼 상승(10년물 국채금리 기준 +75bp)했다. 시장금리 상승이 이어지면서 약세기조를 보여 왔던 미 달러화도 올해 4월 이후에는 강세 기조로 전환됐다.


미국의 시장금리 상승 및 달러화 강세는 신흥국에 유입된 해외자본의 유출압력을 강화시켜 금융불안 요인으로 작용한다. 달러화 강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누적된 달러화표시 부채에 대한 원리금 상환부담을 증가시켜 신흥국의 대외 취약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IMF(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정책금리 인상 및 자산매입 축소)로 인한 신흥국 자본유출 규모는 2018~2019년중 9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은 또 미·중간 무역분쟁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도 신흥국 시장에 불안을 가중시켰다고 밝혔다. 미·중간 무역분쟁은 세계교역 및 투자 감소, 글로벌 공급망 훼손 등으로 원자재 및 중간재 수출이 많은 신흥국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아울러 한은은 국가별로는 금융 불안정성의 편차가 상당하다고 진단했다. 미국발 금융 긴축이라는 공통된 충격에 대해 신흥국 금융시장이 국별로 다르게 반응하는 것은 내재된 취약성이 상이한 데 주로 기인한다. 낮은 성장률, 만성적 재정·경상수지 적자 기조, 높은 GDP(국내총생산) 대비 외채비중 등이 주요 취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은은 대외여건 변화에 민감한 환율 및 CDS 프리미엄의 움직임을 보면 아르헨티나, 터키, 브라질, 남아공 등의 금융시장이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했다. 이에 반해 태국,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와 멕시코 등은 시장 상황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은 앞으로 "양호한 실물경제 여건 등을 반영해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함에 따라 앞으로도 금리 인상 시점을 전후해 취약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금리 전망(중간값 기준 2018년말 2.4% → 2019년말 3.1% → 2020년말 3.4%) 등을 참고해 정책금리가 올해 12월 1차례, 내년중에도 2~4차례 인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 등에 따라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심화될 경우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2013년(테이퍼 탠트럼, Taper Tantrum)과 2015년(중국 경기 둔화) 사례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봤다.

박병걸 한은 조사국 국제종합팀 과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대외리스크에 대한 위험 노출도는 낮은 수준이나 대외부문의 잠재적 리스크가 작지 않으므로 신흥국 금융불안의 전개과정에 대해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불안의 특성상 신흥국 전반으로의 확산시 진행과정이 매우 빠르다는 점에서 신흥국에 대한 익스포저(대출, 투자) 등 위험요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