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회원 유치에 연간 1.3조…자동해지로 울며 돈쓰는 카드사

신용카드사들이 신규 회원 유치에 매년 1조원이 넘는 비용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금융 부문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회원 수를 유지해야 하는데 휴면카드 자동해지 정책으로 유치한 회원이 도로 빠져나가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어서다.

1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의 신규회원 모집비용은 1조982억원으로 집계됐다. 카드플레이트 제작과 배송비 등 발급비용까지 포함하면 전체 비용은 1조3395억원에 이른다. 올해도 상반기 기준 모집비용은 5268억원, 발급비용 포함시 6473억원으로 전체 금액은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사들이 신규회원 유치에 막대한 비용을 쏟는 이유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신용판매 부문에서 더 이상 이익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적자를 면하려면 카드론과 현금서비스에서 이익을 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일정 규모의 고객 수를 확보해야 한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확률적으로 전체 회원 중 10% 정도가 카드론, 현금서비스 고객으로 추산된다”며 “이 수치가 큰 변동이 없는 상태에서 카드 수수료 인하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려면 모수인 전체 회원 수를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휴면카드 자동해지 정책에 따른 회원 이탈로 신규 모집비용이 반복적으로 든다는 점이다. 신용카드는 발급 후 1년간 사용실적이 없으면 휴면카드로 분류돼 사용이 정지된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휴면카드가 관리소홀에 따른 부정 사용 등 위험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2013년 표준약관을 개정해 현재는 휴면카드 전환 후 9개월간 사용정지 해지 요청이 없을 경우 자동으로 해지되도록 했다.


지난해 7개 카드사가 비용을 들여 모집한 신규회원(법인회원 제외) 수는 총 998만명이다. 같은 해 휴면카드 자동해지 정책으로 해지된 회원수는 834만명이다. 신규 모집 회원 대비 83.6% 수준에 이른다. 올해 상반기에도 신규회원 수는 506만4000명인데 해지회원 수는 371만명으로 73.3%를 차지했다. 결국 카드사들은 새 회원이 아니라 해지한 회원을 다시 끌어들이는데 모집비용 대부분을 쓰고 있는 셈이다.

카드업계는 과도한 모집비용을 들여 회원을 재유치하는 것보다 휴면회원을 활성회원으로 전환하는 게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휴면카드 자동해지 규제를 없애는 대신 신용 한도를 조정하면 비용 낭비도 줄이고 금융당국이 지적하는 부정 사용 우려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 신규회원 1인을 유치하기 위한 비용은 약 20만원 수준인데 휴면회원의 활성화에 드는 비용은 약 5만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회원 탈퇴가 아닌 한도 조정만으로도 충분히 부정 사용 위험을 해소할 수 있다”며 “휴면카드로 전환되면 해당 카드의 한도를 없애고 활성화되면 다시 한도를 살리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표준약관상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신용카드는 연회비가 부과되지 않아 부정 사용 위험만 막는다면 소비자 피해도 없다. 이용 정지가 된 고객이 해지를 풀어달라고 통보하지 않는 이상 연회비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고객이 원하면 언제라도 탈퇴가 가능한 만큼 자동해지 규제는 오히려 필요한 때 다시 카드를 쓰려는 고객에게도 불편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