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강력 저지"…노동계 '동투' 이번주 분수령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 단위사업장 대표자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스1

노동계와 정부 간 갈등의 골이 깊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번주가 노동계 '동투(冬鬪)'의 향방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추진 중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관 확대안'에 대해 노동계 양대 조직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손을 잡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18일 노동계에 따르면 한국노총은 지난 17일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정부가 탄력근로제 확대 추진계획을 폐기하지 않으면 총력투쟁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오는 21일에는 민주노총이 탄력근로제 확대 반대와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을 요구하며 전국 15개 지역에서 총파업을 벌인다. 앞서 민주노총은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전국 단위 사업장 대표자 결의대회'를 열고 21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민주노총은 총파업에 20만명이 참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노동계가 반발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에 따라 노동 시간·강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3개월 단위인 탄력근로제가 6개월이나 1년으로 늘면 노동자 건강이 위협받는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더 깊이 들여다보면 현 정부들어 친노동정책을 기대했던 것과 달리 노동계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력근로제 자체는 투쟁을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며 "노동계 입장에서는 '이제 정부와 밀월관계가 끝났다'고 판단하고 더 밀리면 노조의 입지가 줄어들 것을 우려해 총파업 공세에 돌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또 "이번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안이 쉽게 통과되면 앞으로 최저임금법 재개정, 국민연금법 개정, 비정규직 문제 등 주요 노동 현안에서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5일 마감시한을 넘긴 '광주형 일자리' 협상도 국회 예산심의 법정시한인 다음달 2일까지 늦춰질 전망이다. 광주시 투자유치협상단과 현대차 실무진은 17~18일 주말 이틀 간의 실무 협상에서도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현대자동차와 광주광역시가 추진하는 '광주형 일자리'는 기존 완성차업체 임금 절반 수준의 적정임금을 주는 대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택과 교육 등 후생복지를 지원해 소득을 보전해주는 노사 상생형 일자리 모델이다. 현대차는 주 44시간 근무에 초봉 평균 3500만원을 합의문에 명시해달라는 입장인 반면 광주시와 노동계는 주 40시간 노동에 임금 수준은 추후 협의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의장은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현대차와 광주형일자리를 놓고 협상을 하면서 90% 이상 현대차에게 양보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적정임금·적정노동시간·노사책임경영·원하청관계개선 등 광주형일자리 4대 원칙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며 협상 자체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광주시도 하부영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의 '맞짱 토론'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는 이번주 민주노총 총파업에 동참키로 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 관계자는 "민주노총 총파업에 조합원 5만1000명 동참할 것"이라며 "자동차 산업 전반에 임금하향 평준화를 가져올 광주형 일자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부와 노동계의 입장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양측은 앞으로도 평행선을 그릴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동계가 들고 일어난 건 탄력근로제 기간확대, 광주형 일자리 등 현안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현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가 변화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경제가 어렵고 일자리창출이 안되는 상황에서 두 카드를 꺼내들었는 데 입장이 확고해 노동계와 타협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노동계가 요구하는 국제노동기구(ILO)협약 비준, 비정규직 철폐 등을 협상카드로 내놓으면 대화의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는데 지금 정부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결국 앞으로 정부와 노동계의 관계는 평행선을 달리면서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것이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