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케이 "'페미니스트' 논란 산이, 더 이상 대응 안 해"

래퍼 제리케이(왼쪽)와 산이 /사진=뉴스1

래퍼 제리케이가 본인을 디스(상대방을 공격하는 힙합의 문화)하는 산이의 곡 '6.9cm'에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8일 힙합 레이블 데이즈 얼라이브의 대표인 래퍼 제리케이가 본인의 SNS(사회연결망서비스) 트위터를 통해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작품을 메타적으로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 (본인을 디스하는 산이의 곡 6.9cm는) 이것에 실패했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이어 "(더 이상 산이에게) 대응할 노래를 만들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산이가 이날 새벽 제리케이를 디스하는 곡인 '6.9cm'를 발표한 데 따른 발언이다. 산이는 곡 '6.9cm'에서 "제리케이 참 고맙다. 너 때문에 설명할 좋은 기회가 생겼다" "제리케이 넌 이 새벽 부터 좀 맞아야겠다" "기회주의자 XX, 일시적 인기 얻기 위해 열심히 트윗질 채굴 페미코인 입 열때 마다 역겨운 랩" 등의 가사로 제리케이를 비난했다.

이들의 디스전은 래퍼 산이가 지난 15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수역 폭행 사건' 영상을 게재하며 시작됐다. 산이가 공개한 1분 분량의 모자이크 된 영상에는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가 섞여 있지만 주로 여성들이 남성들을 조롱하는 발언들이 담겼다. 산이가 영상을 게시한 이후 이 영상의 진위 여부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남성과 여성 간의 성별 갈등으로 번질 만큼 민감한 사안이므로 성급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산이는 이 같은 논란에도 16일 신곡 '페미니스트'를 기습 공개했다. '페미니스트'의 가사에는 "여자와 남자가 현시점 동등치 않단건 좀 이해 안돼, 우리 할머니가 그럼 모르겠는데 지금의 너가 뭘 그리 불공평하게 자랐는데" "야 그렇게 권릴 원하면 왜 군댄 안가냐 왜 데이트 할땐 돈은 왜 내가 내" "뭘 더 바래 지하철 버스 주차장 자리 다 내줬는데" "합의아래 관계 갖고 할거 다 하고 왜 미투해, 꽃뱀?" 등의 가사가 담겨 여성혐오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논란이 심화되며 산이는 17일 출연 예정이던 '여성 스포츠의류 브랜드' 관련 행사도 취소당했다.


이후 래퍼 제이케이는 16일 산이의 '페미니스트' 곡에 대한 디스 곡 '노 유 아 낫(NO YOU ARE NOT)'을 공개했다. 제리케이는 이 곡에서 "책 한 권 읽어본 건 똑같은 것 같은데 아웃풋이 이렇게 달라. 이게 하드웨어 차이라는 거?" "한마디로 식상한 이 표현만큼 무가치, 맞는 말 딱 한 개, 가부장제의 피해자" "이퀄리즘(페미니즘을 반대하는 이들이 주장하는 '평등주의') 어쩌구" "없는 건 있다 있는 건 없다 우기는 무식, 없는 건 없는 거야. 마치 면제자의 군부심" 등의 가사를 통해 산이를 저격했다.

제리케이는 이 같이 산이의 디스곡에 대응하지 않겠다면서 대신 그의 레이블 소속 래퍼 슬릭의 곡을 들어달라고 당부했다. 슬릭은 곡 '이퀄리스트'(Equalist)에서 "한 오백만년 전에 하던 소릴 하네" "여성혐오라는 글자마저 오독하는 X이 여성혐오를 논하는 수준 너 빼고 다 알아"라며 산이를 디스했다.

한편, '이수역 폭행 사건'은 지난 14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 화제가 된 사건이다. 청원자는 "지난 13일 새벽4시쯤 이수역의 한 맥주집에서 남자 다섯 명이 여성 두 명을 폭행하는 사건이 있었다"며 글을 올렸다. 그는 지난 1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도와주세요. 뼈가 보일 만큼 폭행당해 입원 중이나 피의자 신분이 되었습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글에 따르면 두 여성은 전날 새벽 4시쯤 이수역 인근의 한 맥줏집에서 옆 테이블 커플과 시비가 붙었다. 시비가 말싸움으로 번지자 갑자기 남성 다섯명이 끼어들어 "저런 것들도 사람이냐" "얼굴 왜 그러냐" "말로만 듣던 메갈X 실제로 본다" 등의 폭언을 퍼부었다고 주장하며 "화장을 하지 않고 머리가 짧단 이유만으로 남자 5명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해당 청원이 남녀 대결 구도로 번지며 게시 하루 만에 30만명 이상의 청원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경찰 조사 결과 여성이 먼저 남성의 손을 친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건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경찰은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사건이 중대한 만큼 강력팀을 투입해 사건을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