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동 임금' 때문에 …최저임금 연착륙에 난항

#주 40시간을 일하고 토·일요일 각 8시간을 유급휴일로 정한 A사 근로자의 연봉은 4000만원.

상여금과 각종 수당 성과급을 뺀 월 기본급은 157만3770원이다. A사 노사가 합의한 소정근로시간(209시간) 기준 시급은 7530원으로 올해 최저임금(시간당 7530원)을 충족한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지난 8월 입법 예고해 개정을 추진 중인 시행령을 적용하면 시급이 6476원으로 떨어져 최저임금법을 위반해 고용주는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실제 일하지 않은 시간'에 지급되는 임금(주휴수당)으로 인해 노사간 최저임금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18일 재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고용부와 노동계는 근로시간 기준에 유급휴일을 넣어야 한다는 입장이고, 경영계와 소상공인은 빼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급휴일 포함여부에 따라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판단하는 환산시급이 최대 40%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 '유급휴일 포함' 여부가 최저임금 인상의 핵심 사안 중 하나가 된 셈이다.

개정안 영향 사례 예시(A사 토․일 각 8시간 유급휴일, 연봉 4000만원 근로자) /자료=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16일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철회 검토의견을 법제처에 제출했다고 18일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8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현재 법제처에서 심사 중이다.

개정된 시행령은 최저임금 시급 환산 시 기준 시간을 '소정근로시간'에서 '소정근로시간+유급처리된 시간(주휴시간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고용부는 "최저임금 산정기준 시간을 분명히 함으로써 불필요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저임금 산입임금(분자)이 고정된 상황에서 최저임금 산정 시간(분모)이 늘어나면 시급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줄어든 시급이 최저임금 미만으로 떨어지면 임금을 올려야하기 때문에 재계와 소상공인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그간 최저임금 적용을 시간급으로 환산할 때 근로시간 수에 주휴시간이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주휴시간이 실제 근로제공이 전혀 없는 시간이기 때문에 사회통념상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반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논란은 법원으로 이어졌다. 지난 11일 대법원은 ‘최저임금을 산정함에 있어 주휴 수당은 가산하고, 주휴수당 관련 근로시간은 소정근로시간에 고려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경영계는 대법원의 판결과 고용부의 개정안이 대치된다고 지적한다. 경총은 "‘유급처리 된 시간’을 시급 계산에 넣는 것 자체가 행정부의 자의적이고 객관적이지 않은 조치"라며 "‘유급처리 시간’이 회사별로 달라 법적 공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반면 고용부는 "대법원이 주휴시간은 실제 일한 시간이 아니므로 시급 계산 시간 수에서 제외된다고 판결한 것은 아니다"고 맞선다. 노동계 입장에선 주휴수당이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만큼 기준 시간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시행령을 유지해 유급처리시간을 제외하는 것이 최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대안"이라며 "개정한다면 국회에서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