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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침묵하는 보험 소비자의 이익은 누가 보호해주나

광화문 머니투데이 권성희 금융부장 |입력 : 2018.11.19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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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만으로 힘든 사람에게 (보험금 지급을 거절해) 또 다른 고통을 주고 있지 않습니까.”

지난 9월말 국정감사에서 한 의원이 증인으로 나온 보험사 직원을 질타하며 한 말이다. 암으로 고통받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에게 암의 직접치료냐, 간접치료냐를 따져가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해서야 되겠느냐는 지적이다. 가슴으로 들으면 이 의원의 비판은 백번이고 만번이고 옳다. 하지만 차가운 머리로 들으면 이 의원의 논리엔 빠진 대목이 있다. 암에 걸리지 않아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다른 수많은 암보험 가입자들에 대한 고려다.

보험사는 사람들이 암에 걸릴 확률과 암 치료시 드는 비용을 과거 통계로 추산해 보험료를 책정한다. 약관은 소비자가 낸 보험료로 보상이 되는 비용을 설명해놓은 것이다.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요청이 들어왔을 때 보험금을 지급할지, 말지 심사하는 것도 보험료에 반영된 질병 치료나 손실 복구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다.

보험료에 반영되지 않은 치료나 복구 비용이라고 판단하면 보험사는 소비자에게 보험금 부지급을 통보한다. 부지급 통보를 받은 소비자는 보험사 결정이 억울하면 민원을 제기하고 민원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소송으로 간다. 이는 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자연스러운 절차 중 하나다. 문제는 최근 소비자보호가 강조되며 이 자연스러운 보험금 지급 절차가 죄악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아픈 사람이 보험금을 달라는데 거절하면 돈에 눈이 먼, 피도 눈물도 없는 파렴치한 기업으로 몰리게 된다.

하지만 환자가 달라는 대로 보험금을 다 주면 어떻게 될까. 기존 보험료로 감당이 안돼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 이는 보험금을 한 번도 청구하지 않은 다른 보험 가입자들에게 부담으로 전가된다. 보험 소비자보호를 논할 때 대상은 거의 언제나 보험금을 청구한 보험 가입자로 한정되고 주제는 대부분 보험금을 왜 주지 않느냐는 것이다.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다른 보험 가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해야 할 때도 있다는 점은 늘 간과된다.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암환자의 요양병원 입원비는 암보험이 출시됐을 당시엔 요양병원이 없어 보험료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따라서 요양병원 입원 치료가 암의 직접적 치료에 관련이 있는지 따져보는 절차는 반드시 필요하다. 요양병원 입원비 지급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보험사의 부도덕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란 의미다.

금융감독원도 앞으로 요양병원 입원은 특약으로 분리해 따로 보험료를 내고 가입하도록 했는데 이는 기존 암보험료에 요양병원 입원비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기존 암보험에선 보험논리보다 요양병원 입원 환자들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강조해 가능한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급하는 방향으로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보험은 상호부조의 정신에서 출발했다. 사람들이 돈을 모아 누군가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쓰게 하자는게 보험의 기본정신이다. 그런데 누군가 미리 약속한 어려운 일이 아닐 때도 돈을 쓴다면 다른 사람들이 내야 할 돈이 늘어나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이 상호부조의 정신이 보험이란 이름으로 금융화하면서 보험금이 여러 사람들이 낸 보험료로 조성된다는 점이 간과되고 보험사 이익에서 나온다고만 생각하게 됐다는 점이다. 이 결과 위험에 대비해 보험료를 냈는데 위험한 일을 당하지 않아 보험금을 못 받으면 보험사 배만 불린 것처럼 억울해지고 기회만 되면 가능한 많은 보험금을 타내려 애쓰게 된다.

금감원에 보험 민원이 가장 많은 것도 이런 보험의 구조 때문이다. 보험금은 안 타면 손해라는 생각, 보험금은 공돈이라는 생각이 극대화하면 보험사기가 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4000억원으로 상반기 기준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적발되지 않은 보험사기까지 감안하면 올 상반기 보험사기만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광화문]침묵하는 보험 소비자의 이익은 누가 보호해주나

그런데도 국정감사에서 보험사기의 문제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오히려 보험사기를 구분하기 위한 보험사의 노력만 도마에 올랐다. 의원들은 보험 가입자의 치료비 청구가 정당한지 자문의에게 의견을 구하는 제도, 부당 보험금 청구라 판단해 제기한 소송 등을 모두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봤다. 침묵하는 다른 보험 가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는 점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한 의원은 보험사가 암 환자들이 입원한 요양병원을 보험사기 혐의가 짙다고 고발했다는 이유로 비난했다.

보험금을 못 받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소비자만 소비자가 아니다.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고 침묵하는 소비자도 소비자다. 앞으로는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침묵하는 다수 보험 소비자들의 보호에도 눈길을 주길 바란다. 이를 위해선 미히르 데사이 하버드경영·법학대학원 교수가 ‘금융의 모험’에서 지적했듯 역선택과 함께 보험의 2대 리스크인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도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려는 보험사의 조치는 부도덕한 것으로 비난만 하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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