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전환, 비정규직 사용규제가 모든 해법 아냐"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문재인정부가 공공부문에서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민간부문에서도 정착하기 위해선 정규직의 근로조건 경직성을 완화해야 제언이 나왔다. 기업 입장에서 임금,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 변경이 용이해져야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유인도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박우람·박윤수 연구위원은 19일 이 같은 내용의 '비정규직 사용규제가 기업의 고용 결정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비정규직 남용을 제어하는 '사용규제'만으론 정규직 유도 정책이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2007년 도입한 비정규직법(기간제법+파견법)을 근거로 제시했다. 비정규직법은 기업이 기간제·파견 근로자를 2년 이상 사용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야 게 골자다.

보고서는 비정규직법 시행 전후인 2005년과 2007~2011년 기업의 고용 결정을 분석했다. 비정규직 시행 이후 기업은 정규직을 늘리고 기간제·파견 근로자는 줄였다. 하지만 전체 고용 규모는 축소됐다. 비정규직이 감소한 만큼 정규직이 늘어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대신 비정규직법 보호 대상이 아닌 용역·도급 근로자가 증가했다.

박우람 연구위원은 "그 동안 비정규직 정책은 주로 비정규직 사용을 얼마나 규제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법적 규제만으로는 법의 보호를 받는 정규직·무기계약직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체 100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규모가 크고 근로조건 변경이 어렵다고 느끼는 기업일수록 정규직 전환에 소극적이라고 했다. 보고서는 이를 바탕으로 기업의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선 사용규제라는 채찍과 함께 사용주가 정규직 고용을 늘릴 당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보고서는 쉬운 채용·해고로 대표되는 노동유연성 개념을 임금, 근로시간 같은 근로조건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용주가 기존 정규직보다 낮은 근로조건으로 신규 정규직을 채용할 수 있다면 비정규직 사용규제 정책에 따른 사각지대가 줄 것이란 얘기다.

박윤수 연구위원은 "비정규직 사용규제가 없으면 사용주가 비정규직을 필요 이상으로 고용해 악용할 수 있지만 규제만이 모든 해법은 아니다"며 "정규직의 근로조건 경직성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로는 탄력근로제 도입이나 호봉제 폐지 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