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인이 들려줘요-e북으로 읽는 유시민…책읽기의 '디지털'진화

북튜버 김겨울이 운영하는 '겨울서점'은 구독자가 8만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출처=유튜브 화면 캡처

인류가 기록물을 남기고 이를 체계적으로 묶어 내면서 비로소 '책'이 세상에 등장했다. 이후 다양한 형태의 책이 나왔는데 점토판, 대나무 조각, 나무 조각, 비단 등을 거쳐 종이책이 일반화된 것. 이제 책이 한 단계 더 진화했다. 책과 디지털이 접목하면서 화면으로, 소리로 독서를 할 수 있게 됐다. 어려운 책을 쉽게 풀어줄 뿐만 아니라 짧은 시간에 요약된 내용을 알 수 있어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끈다.


◇책 한 권을 간략한 영상으로 빠르고 쉽게, '북튜버' 인기

"평소 한두 문장만 읽던 분들이 10개 문장, 100개 문장을 읽을 수 있고 어느 순간 한 권을 다 읽을 수도 있죠."

유튜브 '겨울서점' 운영자인 김겨울이 생각하는 책 영상 콘텐츠의 장점이다. 뷰티, 먹방,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튜버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책과 관련한 콘텐츠를 만드는 유튜버도 등장했다. 바로 김겨울과 같은 북튜버다.

'책'(Book)과 '유튜버'(Youtuber)의 합성어인 '북튜버'는 책 내용을 이해하기 쉽고 흥미롭게 설명하는 영상을 만들어 제공한다. 짧은 시간에 책 내용을 알 수 있다는 점이 이들 콘텐츠의 최대 장점이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뿐만 아니라 책 읽을 시간이 없는 이들을 위한 채널을 표방하는 유튜버 '책읽찌라'의 구독자는 1만9351명에 달한다. 인기 북튜버가 소개한 책의 판매순위가 상승하는 효과도 있어 책 홍보를 위해 출판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북튜버는 단순히 책 소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책 리뷰, 관련 행사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책 고르는 방법, 독서노트 쓰는 법 등 다양한 콘텐츠를 올리는 '겨울서점' 구독자는 8만명을 넘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구독자 21만8429명을 보유한 '책그림'은 책의 내용을 그림으로 설명하는 영상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권수에 제한 없는 전자책 월정액 서비스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밀리의 서재'. /사진 출처=밀리의 서재 페이스북

◇구매보다 빌려 읽는 게 대세, '전자책 월정액 서비스'

일정 금액을 내면 일정 기간 음악을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는 것처럼 책도 스트리밍으로 읽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한 달에 책 한 권 값으로 2만5000권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는 '밀리의 서재'는 권수 제한 없는 무제한 서비스로 관심을 끈다.

'밀리의 서재'는 정재승 박사의 '열두 발자국', 유시민 작가의 '역사의 역사' 등 전자책으로 보기 힘들던 최신 베스트셀러도 제공한다. 기존 전자책시장은 신간이 적다는 점이 최대 약점으로 평가됐는데 최근 전자책 업체들이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많은 독자가 유입되고 있다.

리디북스는 무제한 월정액 도서대여 상품 '리디셀렉트'를 운영 중인데 리디북스에서 매출액과 평점 기준으로 상위 5% 도서를 선정해 구성한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예스24는 현재 전자책 정기 구독이 가능한 ‘북클럽’을 베타 서비스 중이며 오는 22일 정식 오픈할 예정이다.

월정액 무제한 전자책 서비스 '샘'(Sam)을 운영 중인 교보문고도 카테고리와 권수에 제한이 없는 월정액 모델을 준비 중이다. 내년 초 무제한 월정액제 모델을 선보일 예정으로 알려졌다.

배우 정해인이 '오 헨리의 단편선'을 낭독하는 모습. /사진 출처=네이버

◇AI 바람 타고 훨훨, 스타 낭독자가 들려주는 '오디오북'

듣는 책 '오디오북'은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한 업체간 낭독자 섭외 경쟁이 치열하다. 오디오북사업을 키우고 있는 네이버는 최근 그룹 '마이틴'의 송유빈이 낭독한 오디오북을 선보였다. 앞서 배우 정해인과 그룹 '갓세븐'의 진영도 오디오북 낭독자로 나서 화제가 됐다. 작가 직접 책을 읽어줘 듣는 재미를 배가하기도 한다. '살인자의 기억법'을 쓴 김영하 작가는 자신의 책을 직접 낭독했다.

AI(인공지능) 스피커의 확산도 오디오북 이용자 확보에 한몫한다. AI 스피커에 제목만 말하면 책을 읽어줘 시각장애인이나 아직 글을 읽지 못하는 어린아이도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최근 오디오북 낭독방식은 책 한 권을 전부 읽어주던 데서 일부만 발췌하거나 줄거리를 요약하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 여러 명의 성우가 드라마처럼 읽어주기도 한다. 판타지 소설 '드래곤 라자'의 저자로 유명한 이영도 작가의 10년 만의 신작 '오버 더 초이스'는 성우 11명이 녹음에 참여, 판타지 소설의 재미를 극대화했다.

'밀리의 서재'는 '눈으로 읽으면서 귀로 들을 수 있는' 리딩북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다양한 낭독자가 어려운 책을 30분 내외로 쉽게 해설하고 짧게 읽어주는 것이 장점으로 배우 이병헌의 목소리로 녹음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리딩북이 오픈 1주일 만에 1만5000명이 이용할 정도로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