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서 노래하고 발구르고…극장가 '퀸 열풍'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스틸컷./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휴대폰은 당연히 꺼둬야 한다. 팝콘 먹는 소리, 몸을 뒤척이며 나는 부스럭 소리마저 죄가 된다. 평범한 영화관들 얘기다. 하지만 이처럼 침묵이 미덕인 영화관에서 11월 들어 발을 구르고 큰 소리로 노래까지 부르는 관객들이 늘고 있다. 오히려 조용히 영화를 보고 있던 옆사람까지 '일어나서 '위 윌 록 유'를 소리치라' 부추긴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흥행과 함께 극장가에 번진 이색 풍경이다.

1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보헤미안 랩소디'가 지난 18일 기준 누적관객 313만8076명을 기록했다. 지난달 31일 개봉 이후 19일 만에 관객 300만 명을 돌파했다. 올해 음악 영화 중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는 '맘마미아!2'(229만 명)를 제쳤다. 300만 명 돌파 시점(19일)도 역대 흥행 음악 영화들 중 가장 빠르다. 359만 명 관객을 모은 '라라랜드'(2016년)는 46일, 누적관객 342만 명을 기록한 영화 '비긴어게인'(2014년)은 50일, 458만 명의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2008년)는 25일이 걸렸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전설의 록 밴드 '퀸'과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이야기다. 개봉 당시만 해도 영화계에선 지금의 흥행을 예상치 못했다. 퀸의 음악과 머큐리는 독보적인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록'이란 음악 장르와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는 흥행 공식에 빗겨나 있어서다. 머큐리 역의 라미 말렉도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배우는 아니었다.

전설의 록밴드 퀸(Credit Mick Rock)/사진제공=유니버설 뮤직

'퀸 세대'인 40~50대의 추억 영화로 그칠 수도 있었지만, 2030세대 젊은 관객까지 사로잡으며 장기 흥행으로 이어졌다. '퀸 음악'의 매력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공간'이 한몫했다. 일부 회차에 편성된 '싱어롱 상영회'가 흥행 촉매제 역할을 했다. 음향 및 시각 효과를 배가한 상영관에서 퀸 노래를 따라 부르며 더욱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어서다. 특히 영화 종반부의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 장면에선 그 때 그 현장으로 순간 이동하는 기분까지 들게 한다는 호평이 이어지며 다른 버전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찾는 'n차 관람'이 유행처럼 번졌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통해 확산되며 '퀸 이후 세대'인 젊은 층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아졌다.

CGV의 경우 좌우 벽에 별도 화면이 더해진 스크린X관 위주로 싱어롱 상영회를 선보이고 있는데, 넓은 화면과 웅장한 사운드가 마치 콘서트 현장을 방불케 해 객석률은 70%를 웃돌았다. 지난 9일까지만 이벤트성으로 싱어롱 상영회를 편성할 계획이었는데, 관객들의 요청이 쇄도해 13일까지 한 차례 연장했다. 상영 극장도 3개에서 10개로 대폭 늘렸다. 이후에도 요청이 끊이지 않아 20일까지 또 한 번 연장했고, 현재 6개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이 밖에 메가박스 MX관, 롯데시네마 슈퍼사운드관 등 사운드 특화관의 재관람이 이어지고 있다.

CGV 관계자는 "지금도 싱어롱 상영 회차는 가장 먼저 매진될 정도로 흥행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며 "다른 신작 개봉으로 지난주에 비해 상영관을 조정했지만 관객 호응에 따라 싱어롱 상영을 늘리는 방향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메가박스는 오는 24일 프레디 머큐리 사망 27주기를 맞아 전국 8개 지점에서 싱어롱 상영회를 열기로 했다.

(왼쪽부터)'보헤미안 랩소디' 앨범 커버, 퀸 앨범 커버 아트 티셔츠./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 브라바도

영화의 흥행으로 음원은 물론 굿즈까지 '퀸 열풍'이 불고 있다. 영화 제목이자 퀸의 대표곡인 '보헤미안 랩소디'는 19일 오후 1시 기준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 종합차트 51위에 올랐고, 해외차트는 1위를 지키고 있다. OST 앨범도 예스24와 인터파크 등에서 OST 부문 1위에 올랐다.

유니버설뮤직 산하 머천다이즈브랜드 브라바도는 최근 퀸의 대표 앨범의 커버 아트를 담은 티셔츠 7종을 재발매했다. 브라바도 관계자는 "기존 팬 뿐만 아니라 퀸을 잘 몰랐던 젊은 층까지 시대를 아우르는 전설적인 밴드를 더욱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유니버설뮤직 측은 "영화와 퀸 음악에 대한 사랑이 전 세대에 걸쳐 '열풍'으로 번지고 있다"며 "단순히 기성세대의 추억 소비를 넘어 아이돌 타깃이었던 10대와 20대까지 퀸의 음악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