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 수수료 합리화, 4500개 보험대리점 입장 갈려 발도 못떼

금융당국이 논의 중인 설계사 판매수수료(수당)체계 개편을 놓고 논란이 가열된다. 보험사와 GA(법인대리점)의 입장이 엇갈리는 데다 GA 내부에서도 대형 대리점과 소형 대리점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설계사들의 반발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이견을 조율하지 못해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 과당경쟁을 막아 고객에게 돌아가는 해지환급금을 높이자는 제도 개선의 기본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모든 설계사 동일 수수료…14만 대형 GA ‘반대’=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설계사 판매수수료체계 개편의 핵심은 크게 2가지다. 보험사 전속대리점과 GA에 판매수수료를 동일하게 지급하자는 것과 수수료를 초기에 많이 떼는 관행을 없애고 장기간에 걸쳐 나눠 지급하자는 것이다.

판매채널별로 수수료를 다르게 책정해 GA 설계사에게 더 많은 수수료가 지급되다 보니 과도한 경쟁으로 불완전판매가 늘고 초기에 수수료를 챙겨 소속을 옮기면서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경우가 늘어서다.

문제는 2가지 쟁점에 대해 GA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는 것이다. 올 상반기 기준 설계사 500명 이상 대형 GA는 57곳으로 전체 소속설계사는 14만6755명(66.8%)이다. 500명 이하 중소형 및 1인대리점은 4421곳으로 소속설계사는 7만2834명(33.2%)이다.


소속에 관계없이 동일한 수수료체계에 대해서는 대형 GA의 반대가 심하다. GA는 보험사에서 받는 수수료를 설계사에게 전부 주는 것이 아니라 일부를 떼서 회사 운영비로 쓰는데 규모가 클수록 임대료, 관리비 등 유지비가 많이 들어 전속대리점과 동일한 수준으로 수수료를 받으면 GA 운영이 어렵고 경쟁력도 떨어진다는 이유다. 전속대리점은 수수료 일부만 제하고 설계사에게 모두 지급한다. 사무실 운영비 등을 보험사가 책임지기 때문이다.

반면 중소형 및 1인대리점은 규모가 작아 운영비가 거의 들지 않는 만큼 설계사들이 전속설계사와 비슷한 수준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중소형 및 1인대리점의 상당수는 채널에 상관없이 같은 상품을 판매하면 같은 수수료를 지급하는 체계에 보험사와 마찬가지로 찬성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수수료 수년에 걸쳐 분급…7만 소형 GA가 반대=현재 대부분 GA는 수당을 계약 초기에 모두 지급한다. 이 때문에 설계사들이 ‘가라(가짜)계약’으로 보험료를 대납해 실적을 올린 후 소속 GA를 옮기는 ‘수수료 따먹기’ 식의 영업이 잦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대형 GA로서도 골칫거리다.

이 때문에 대형 GA들은 수수료를 계약 후 3~5년에 걸쳐 분납하는 방안에 찬성하는 뜻을 금융당국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에 수수료를 모두 지급하는 현 체계에선 GA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목되는 설계사의 낮은 정착률과 높은 불완전판매율을 개선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설계사가 계약 직후 수수료를 다 받으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으로 쉽게 옮기게 된다”며 “반면 수수료를 몇 년에 걸쳐 나눠받으면 그동안 계약을 유지해야 수수료를 모두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이동하기 어려워 정착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소형 및 1인대리점은 설계사가 소수거나 혼자라 이동에 대한 부담이 적어 일시적으로 소득이 줄어드는 수수료 분납에 반대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대형 및 중소형 GA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데다 1인 GA부터 설계사가 1만명 넘는 대형 GA까지 이해관계가 제각각이라 금융당국도 조율이 쉽지 않다”며 “어느 한쪽의 반발을 우려해 제도 개선이 흐지부지되거나 과도한 수수료 경쟁을 없앤다는 취지가 퇴색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