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외면한 中企, 1년새 매출액 3배↑…비결은?

“개발기술사업화자금이 없었다면 무진은 존재하지 않는 회사가 됐을지 모릅니다.”

시중은행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업위기에 내몰린 중소기업이 있다. 세계 시장이 주목하는 친환경 자동차시트 공법을 개발했으나 기술을 구현할 사업자금이 없던 탓이다. 고사 직전의 기술은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정책자금 지원을 통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세계 최초 차량용 ‘무용제형 폴리우레탄(PUR) 상온 부착기술’을 개발하고 본격 성장에 나선 무진의 이야기다.


무진은 2002년 설립 후 친환경 생활용품 필름사업에 집중하다 2010년 초 자동차소재사업에 진출키로 결정했다. 침체에 빠진 회사를 정상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결정이었다.

무진은 회사의 운명을 짊어진 연구·개발 끝에 2013년 초 PUR 상온 부착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폴리우레탄을 가열해 액상화하고 접착제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자동차시트와 푹신한 패딩 소재 부착 시 사용된다. 패딩 소재를 불에 태워 끈적한 점도를 발생시켜 시트와 접착하는 ‘열융착공법’이나 본드를 유동성 유기용제 등에 희석해 접착제로 활용하는 ‘용제형 부착기술’에 비해 친환경기술로 주목받는다.

문제는 사업화를 위한 자금조달이었다. 해당 기술을 들고 시중은행 10여곳을 찾았으나 퇴짜를 맞기 일쑤였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 재무구조가 탄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부친 우재홍 대표와 신제품 개발 및 회사경영을 총괄하는 우승건 이사는 “중소기업이 자동차소재사업을 한다는 점을 신뢰하지 못했다”며 “장시간 기술을 설명해도 결국 ‘올해 매출액은 얼마인가’란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신제품 개발과 회사 경영을 총괄하는 우승건 무진 이사(가운데)가 경남 양산 무진 본사에서 임직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 사진제공=무진

폐업을 고려하던 위기의 순간 무진에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은 중진공의 개발기술사업화자금 지원사업이었다. 해당 사업은 중소기업이 보유한 우수기술이 사장되는 것을 방지하고 제품화·사업화 촉진을 위해 자금을 융자하는 내용이다. 올해 예산은 3650억원 규모로 지난 9월말 기준 1468개사에 2881억6600만원이 투입됐다. 무진은 2013년과 2014년 각각 4억5000만원과 3억원의 해당 자금을 지원받았다.

우 이사는 “중진공 담당자들은 우리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기술에 대해 장시간 경청하고 자금지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뿐 아니라 ‘무진이 일어서지 못하면 말이 안된다’고 격려하면서 신사업 추진에 힘을 북돋아줬다”고 덧붙였다.

정책자금이 투입되자 차별화된 기술 도입에 나선 대기업의 러브콜도 이어졌다. 무진은 현대다이모스와 공동으로 연구·개발한 끝에 지난해 8월 ‘제네시스 G70’ 시트에 PUR 상온 부착기술을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해당 기술은 ‘싼타페’ ‘K9’ ‘제네시스 G80’ 등에 확대 적용됐으며 이달 중 출시되는 ‘제네시스 G90’에도 쓰일 예정이다.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서 무진도 활기를 되찾았다. 2013년 12명에 불과하던 직원 수도 현재 60명으로 늘었으며 지난달 회사 경영도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올해 예상매출액은 250억원으로 전년(75억원) 대비 233% 성장이 전망되고 내년에는 430억원으로 급성장이 기대된다. 중진공은 지난 6월 ‘성장공유형 대출사업’의 일환으로 CB(전환사채) 형태로 15억원을 투자하며 힘을 실어줬다.

우 이사는 “자동차는 집, 사무실과 더불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라며 “친환경기술 개발에 매진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2013~2014년 자금지원이 없었다면 해당 기술은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라며 “가장 절실한 시기에 자금투입이 기술 중소기업 생태계의 성장을 돕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경남 양산에 위치한 무진 본사. / 사진제공=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