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서 맞은 금강산관광 20주년…"이대로 멈춰 있을 수 없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왼쪽)과 리택건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8일 금강산 호텔 앞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한민선기자

"북측과의 인연을 민족 화해와 공동번영의 필연으로 만들겠다는 사명감과 소명의식을 갖고 당당히 나아가겠습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지난 18일 금강산 문화회관에서 열린 '금강산관광 20주년 남북공동행사' 기념식에서 "20년 전 오늘, 현대금강호는 861명의 관광객을 태우고 금강산으로 첫 항해를 시작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현 '길이 없으면 길을 찾고, 찾아도 없으면 만들면 된다'는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말을 인용하며 "모르는 길도 아니고 없는 길도 아닌데, 이대로 멈춰 서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 회장은 "금강산관광은 정주영 명예회장의 아낌없는 투자와 정몽헌 회장의 희생으로 가능했다"며 "현대그룹과 북측 아태의 숨은 노력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리택건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이하 아태) 부위원장은 "금강산관광이 재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가슴아픈 일"이라며 "하루빨리 재개하는 것이 남북관계개선과 공동번영의 활로를 열어가는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왼쪽 네번째)와 리택건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왼쪽 세번째)이 지난 18일 금강산 문화회관에서 열린 축하연회를 마치고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한민선기자

이번 행사는 현대그룹과 아태의 공동 주최로 금강산 관광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8일부터 1박2일 동안 개최됐다.


금강산 관광객을 실은 금강호는 1998년 11월18일 동해항에서 첫 출항해, 다음 날인 19일 금강산 고성항에 도착했다. 이후 2008년 7월 남한 관광객이 북한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모든 관광이 중단됐다. 현대그룹은 20년 중 10년 동안은 관광이 중단돼 '반쪽짜리 20주년'을 맞은 셈이다.

북한에서 금강산 관광 기념행사가 열린 것은 지난 2014년 16주년 행사 뒤 4년 만이다. 현대그룹은 1998년 금강산 관광을 시작한 뒤 2000년, 2008년, 2010년을 제외하고 2014년까지 매해 금강산에서 기념식을 열었다.

2008년은 고 박왕자 씨 사망 사건으로 예정됐던 기념식 행사를 열지 못했고 2015∼2017년은 남북관계 경색으로 진행하지 못했다.

이날 4년 만에 열린 금강산 문화회관에서 진행된 기념식에는 현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 30여명, 정관계 인사 및 금강산관광 관련 관계자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북측에서는 리택건 아태 부위원장을 비롯한 관계자 80여명, 인근 북측 주민 400여명 등이 함께 했다.

배국환 현대아산 사장이 지난 18일 금강산호텔 2층에서 열린 축하연회에서 건배사를 하고 있다./사진=한민선기자

현 회장은 기념식 이후 정몽헌 회장 추모비 인근에서 금강산관광 20주년 기념식수를 했다. 이후 금강산 문화회관에서 13개의 곡으로 다채롭게 채워진 '평양 통일예술단'의 축하공연을 관람했다.

저녁 축하연회는 오후 7시30분 금강산호텔 2층에서 열렸다. 현 회장은 "단 한 분의 관광객이 계시더라도 금강산관광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희망과 기대를 버리지 않고 지난 10년을 견뎌 왔다"며 "열려라! 열어라! 열린다! 금강산!"으로 건배사를 외쳤다.

남한과 북한의 관계자들은 총 21개의 테이블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참석자들은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축하연회에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참석자들은 둘째 날인 19일 목란관에서 구룡폭포가 있는 관폭정까지 구룡연 노정 참관했다. 약 3시간 동안의 산행을 마치고 2007년 복원한 신계사를 경유한 후 중식을 마치고 귀경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조속히 여건이 조성돼 금강산관광이 정상화되어 한반도 평화와 공동 번영에 기여하고 통일의 초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강산 구룡폭포./사진=한민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