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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수능 국어 쇼크'

광화문 머니투데이 김익태 사회부장 |입력 : 2018.11.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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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공부에 충실했으면 어렵지 않을 겁니다” 올해도 대학 수학능력시험(수능) 당일 아침 교육 당국 관계자는 전 국민이 보는 생방송에서 말했다. 하지만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거짓말이란 게 드러났다.

“그 문제 풀어봤어?” 수능 종료 후 ‘1교시 국어 쇼크’라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자 지인들이 ‘국어 31번’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하기 시작했다. ‘이공계를 전공했지만, 풀기 어려웠다’ ‘물리 문제지 국어 문제가 아니다’…뜻하지 않게 국민들은 올해 가장 악명 높았던 수능 한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솔직히 글 쓰며 먹고 사는 기자 생활 19년째지만, 정답을 맞히지 못했다. 머리를 싸매고 몇 번이나 지문을 이해하려 했지만 포기했다.

지인들의 얘기는 자연스레 프랑스의 고등학교 졸업시험 ‘바칼로레아’ 철학 문제로 넘어갔다. ‘올해는 어떤 문제가 나왔을까?’ 매년 6월 프랑스 국민들이 궁금해하며 기다린다는, 대학입학 자격시험 성격의 ‘프랑스판 수능’이다. 수능에 대한 제각각의 주장이 나올 때 어김없이 등장한다. 1808년 나폴레옹 시절 ‘시험의 목적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건강한 시민을 만드는 것’이란 취지로 도입됐으니, 올해로 210년 됐다.

특히 철학은 계열 상관없이 프랑스어, 외국어, 역사, 지리, 수학 등과 함께 치르는 공통 필수 과목이다. 우리나라 대입 논술처럼 장문의 제시문을 놓고 대답하는 방식도 아니다. 복잡한 지문도 없다. 짧은 한 문장이다. 세 개의 질문 중 하나를 골라 4시간에 걸쳐 답을 작성한다. 예컨대 올해 경제·사회계열 응시자에게는 ‘모든 진리는 결정적인가’ ‘우리는 예술에 대하여 무감각할 수 있는가’ ‘뒤르켐의 <종교 생활의 원초적 형태> 발췌문 읽고 평하기’가 출제됐다. 수험생의 광범위하고 주관적이며 독창적인 사고가 요구될 수밖에 없다.

시민들은 카페·광장 등에서 이를 놓고 토론을 벌이고, 언론과 시민단체까지 나서 각종 토론회를 열 정도로 사회적 이슈가 된다. 시민들은 그렇게 문제에 대한 답을 함께 생각하며 찾는다.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한 게 아닌 ‘이게 수능에 나올 법한 문제냐’에 초점이 맞춰진 토론과는 사뭇 다르다. 바칼로레아는 200년 넘게 프랑스의 철학 문화 수준을 높이고 일반 국민의 교양과 지성을 깨우는 역할을 했다.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교육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바칼로레아도 지금의 대학교육과 급변하는 세계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개선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찬반 논의가 분분한데 프랑스가 어떤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지 자못 궁금하다.

우리의 대입제도 개편안 역시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담당 교사들조차 풀지 못하는 국어 문제가 나오고 원어민조차 경악하는 영어 문제가 나오는 수능은 분명 문제가 있다. 심오하지만 고등학교 철학 시간에 한번 쯤 다루어봄 직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바칼로레아와는 다르다. 쉽게 말해 ‘이런 것 몰랐지?’라고 묻는 식이니 공교육 불신이 생기는 것 아닌가.

어찌 보면 이번 사태는 예견된 일이었다. 쉬우면 ‘변별력 대란’이요 어려우면 ‘난이도 조절 실패’라고 비난하지 않나. 숙명여고 사태로 학교생활기록부 전형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한편으로 ‘불수능’이 사교육을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심지어 바칼로레아가 한국에 들어와도 온전히 사교육 차지가 될 것이란 자조 섞인 탄식마저 나온다.

본고사, 예비고사, 학력고사, 수능, 논술, 15등급, 9등급, 입학사정관제, 학생부 종합전형….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 우리나라는 대입제도 뜯어고치기에는 일가견이 있다. 제발 이번엔 사회적 합의를 통해 200년은 고사하고 20년이라도 지속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으면 한다. 웃음이 나오지 않는 코미디를 지켜보는 일을 그만둘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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