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사회 진입' 베트남, 요양시설이 모자란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한 노인이 오토바이에 올라 낮잠을 자고 있다. /AFPBBNews=뉴스1

"베트남이 부유해지기 전에 늙어버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현지시간) 베트남이 빠르게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고령자 요양시설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령화사회는 유엔(UN) 기준으로 만 60세 이상인 인구가 전체의 10%를 넘는 국가를 뜻한다.


베트남은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출산율이 정체되면서 예상보다 6년 빠른 지난 2011년 고령화사회로 진입했다. 20년 내에는 고령사회(만 60세 이상 인구 비중 20%)가 될 전망이다.

경제 급성장으로 젊은 세대들이 도시에 몰리면서 현재 베트남의 대도시의 중산층은 개인 가정부를 고용해 고령 부모를 돌보고 있다. 가정부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들의 평균 월급은 현지 공무원 수준인 500만동(25만원)에 달한다. 부모를 직접 부양해야 한다는 정서가 남아 있어 가정부 수요가 몰리지만, 고령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가정부만으로는 고령자 돌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FT는 전망한다.

베트남인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 FT에 따르면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7%가 부모를 요양시설로 보내는 것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현재 부모를 부양하고 있는 50대들의 긍정 응답률이 높았다.


하지만 정부 정책이 뒤따르지 않으며 요양시설은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베트남 전역에 고령자 전문 부양시설은 32개, 한 시설의 최대 정원은 300명에 불과해 수용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공급이 적은 탓에 시설 이용 비용도 높아 월 평균 600만동(29만원)에서 1800만동(87만원)이다.

정부는 일단 시설을 64개로 늘리고 그 중 59개는 민간에 운영을 맡긴다는 방침이지만 업체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시설을 지을 땅을 확보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 토지는 원칙적으로 국가 소유다. 민간 기업은 영업 활동을 위해 정부로부터 토지사용권을 구매해야 한다. 그러나 요양원을 운영하는 민간업체 대부분은 중소기업으로 다른 대기업들과의 토지사용권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정부가 이들에게 임대료 할인 등 지원을 하지 않고 있어 요양시설 확충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FT는 "베트남 사회가 부유해지고 고령화되면서 요양원 수가 결국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베트남 정부가 민간 지원을 확대하기 전까지는 (베트남인들이) 가정부를 고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트남의 한 요양시설의 대표인 응옌 옥 뚜안은 "고령자를 요양시설에 맡기는 것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