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버스 위기' 현대차, 3년 만에 수출 반토막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현대자동차의 트럭·버스 수출이 3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대형상용차 생산을 하는 전주공장은 근무 인력을 다른 공장으로 보낼 정도로 가동률이 떨어졌다. 현장에는 위기감이 가득하다.

2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현대차 (252,500원 ▲3,000 +1.20%)의 상용차 수출 매출은 940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2% 감소했다. 현 추세대로라면 1조 2000억 내외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5년 2조3317억원에 달했던 수출액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수출물량은 2015년 10만대에서 올해 5만1000대로 급감했다.

1대당 마진이 높은 상용차의 판매 부진은 현대차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현대차는 이날 주식시장에서 3.94% 떨어진 9만7500원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 현대차 주가가 10만원 밑으로 내려간 것은 2009년 11월 이후 9년만에 처음이다.

◇값싼 中 트럭에 밀려…공장 생산량 조정까지= 포터, 스타렉스 등 소형보다는 버스·트럭 등 대형상용차 부진이 심각하다. 2015년 수출이 1조원이 넘었으나 올 1~3분기 3375억원으로 줄었다. 연간 5000억원 수출도 버거운 상황이다.

상용차 위기는 현장에서도 나타난다. 트럭·버스를 생산하는 현대차 전주공장은 최근 트럭 생산설비의 시간당 생산량(UPH)을 기존 12.39대에서 8대로 30% 이상 줄이기로 합의했다.

여기에 맞춰 직원 210명을 전주공장 내 다른 생산라인으로 옮기고 나머지는 현대차 울산공장과 기아차 광주공장으로 옮겼다. 현대차가 직원 100명 이상을 재배치하는 것은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 현장에서는 상용차가 위기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며 "특히 수출 물량 급감이 큰 타격이다"라고 말했다.

주력 수출 시장인 아시아와 중동 지역에서 판매가 급감했다. 이들 지역의 건설 경기 침체로 트럭 수요가 줄었고, 값싼 중국산 트럭과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꾸준히 진출을 노리고 있는 유럽 트럭시장에는 아직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있다.

상용차의 경쟁력 저하는 중국 상용차 공장의 가동률 저하로 이어졌다. 연 16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쓰촨공장은 올해 1만대도 생산하지 못했다. 지난해 완전자본잠식에 빠졌고, 현대차는 쓰촨공장 투자를 손실로 처리하며 지분법 적용에서 빼버렸다.

수소전기트럭 렌더링 이미지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수소전기트럭'으로 반전 준비...내년 출시= 현대차는 수소전기트럭을 반전카드로 준비 중이다. 내년 출시가 목표다. 스위스 수소 에너지기업 H2에너지와 총 1000대의 수소전기트럭 공급 MOU(양해각서)를 체결한 상태다.

유럽의 경우 친환경 상용차에 세제 혜택을 적용 중이어서 상대적으로 수소전기트럭 진출이 용이하다. 스위스의 경우 수소전기트럭은 도로통행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같은 급의 디젤 트럭은 10만km를 주행하면 연 9000만원의 도로통행료를 납부해야 한다.

이와 함께 청소차 등 공공영역 상용차로 활용할 수 있는 적재량 4~5톤급 수소전기 중형 트럭과 수소전기버스 라인업 확보에도 나선다. 수소전기버스는 이르면 2020년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