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살해지시 논란'에도 사우디 손 들어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과 관련해 결국 사우디의 손을 들어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백악관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카슈끄지의 죽음과 관련한 모든 사실을 영영 알 수 없을지 모른다"면서 "어찌됐든 미국은 사우디와 함께 간다"고 밝혔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배후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지목했지만, 이와 상관 없이 사우디에 대한 지지의사를 내보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미국의 국익을 추구하고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국가들에 대항할 것"이라면서 "간단하게 말하자면 미국이 우선(America First)!"이라고 사우디 지지의 이유를 설명했다. 또 제재 여파로 1110억 달러 규모의 사우디에 대한 무기 수출이 무산되면 사우디가 중국·러시아 등과 거래할 수 있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번 성명 내용은 지난주 CIA가 카슈끄지 살해를 빈 살만 왕세자가 지시했다고 결론 내렸다는 워싱턴포스트(WP) 보도와 배치된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보도와 관련해 왕세자를 범죄자로 예단하면 안 된다며 20일 CIA의 최종보고서를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이날 보고서 공개 대신 사우디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성명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해 "왕세자가 (살해 지시 의혹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면서 "그가 이 비극을 알고 있었을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말끝을 흐렸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결정과 관련해 유가 문제도 언급했다. "미국이 사우디와 관계를 끊으면 유가가 지붕을 뚫고 상승할 것"이라면서 "나는 유가를 지속적으로 낮춰왔고, 사우디도 유가를 낮추는 데 도움을 줬다"고 강조했다.

이날 유가는 미국 주요 증시의 하락 및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여파로 급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 대비 6.66%(3.77 달러) 하락한 배럴당 53.43 달러로 1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1월분 브렌트유는 전날 대비 6.64%(4.45 달러) 내린 배럴당 62.53 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의원은 "인권을 수호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이라면서 "인권유린에 대한 반발로 (현지에) 새로운 정부가 탄생하면, 미국이 그들의 압제자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미국을 싫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다이안 페인슈타인 민주당 의원은 "미국이 그동안 소중히 여긴 모든 가치에 대한 모욕"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15일 카슈끄지 살해 사건 관련 사우디 용의자 17명에 대해 자산동결 등의 제재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