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된 곤 회장…닛산 "즉각 해임" vs 르노 "당분간 유지"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프랑스 중북부 오드센 주 불로뉴비양쿠르에 위치한 르노 본사. /AFPBBNews=뉴스1

르노자동차가 일본에서 개인 비리로 체포된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 회장의 최고경영자(CEO) 직위를 당분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20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르노는 이날 긴급이사회 개최 결과 "곤 회장이 (체포로 인해) 일시적으로 근로가 불가능한 상태(temporarily incapacitated)에 있다"며 "티에리 볼로레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임시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곤 회장의 모든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필립 라가예트 사외이사를 임시 이사회 회장으로 임명했다.

곤 회장은 르노, 닛산, 미쓰비시 3사 회장이자 르노에서는 CEO까지 겸하고 있다.

르노의 2인자로 알려진 볼로레 임시 CEO는 1990년대 곤 회장과 미쉐린에서 함께 근무했다. 그는 지난 19일 곤 회장 체포 후 르노 내부망에 글을 올려 회장을 지지하며 회사 이익을 지키기 위해 경영진이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르노 이사회는 닛산에 "곤 회장 수사와 관련한 모든 정보를 제공해달라"며 "르노·닛산 연합을 위한 닛산 경영진의 협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곤 회장은 더이상 르노를 이끌 수 없는 상태"라면서도 "다만 (프랑스) 정부가 (르노에) 곤 회장 해임을 요구하지 않는 이유는 아직 증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법적 절차를 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정부는 르노 지분 15%를 보유한 대주주이며 의결권은 자국 플로랑주법(2년 이상 주식을 보유한 주주의 의결권을 두 배로 인정해주는 법) 적용을 받고 있다.

반면 닛산은 오는 22일 이사회를 열어 회장 해임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히로토 사이카와 닛산 CEO는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기업 지배 관점에서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위임했다"며 "이는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된 곤 시대의 어두운 면이다. 그가 카리스마 있는 리더인지 폭군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미쓰비시도 다음 주 이사회를 열고 해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곤 회장의 혐의가 명백한 만큼 3사 회장직에서 모두 해임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도이치방크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각 기업을 이끌 역량이 있는 경영인은 많다"면서도 "관건은 곤 회장 해임 후 지금의 연합 체제가 유지될 수 있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