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회장, 체포직전 합병추진“…닛산 ‘쿠데타설’에 힘 실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 회장 /사진=블룸버그

개인비리 혐의로 체포된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 회장이 체포 직전 르노와 닛산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었고 이에 닛산 일본 경영진의 불만이 고조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닛산이 합병을 막기 위해 계획적으로 곤 회장을 축출했다는 ‘쿠데타’설이 힘을 얻고 있다.

21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닛산 이사회 관계자를 인용해 곤 회장이 수개월 내 르노와 닛산 합병을 추진할 계획이었다고 전했다. FT는 곤 회장의 이런 방침에 일본 경영진이 강력 반발하며 대책을 모색해왔다고도 보도했다. 이사회 한 관계자는 "닛산 이사회는 어떤 형태의 지배구조 개편에도 강하게 맞서 싸우겠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닛산, 르노 주도 합병 불만에 쿠데타 가능성


르노와 닛산의 합병설은 올봄부터 흘러나왔다. 지난 4월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프랑스 정부가 금융기관 관계자들과 만나 합병 방식을 논의 중"이라며 "곤 회장이 점점 프랑스의 편을 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곤 회장은 프랑스 정부의 합병 제안에 반대해왔으나 최근 태도를 바꿨다. 지난해 말 곤 회장은 유럽용 신차를 프랑스에서 생산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지난 8일에는 마크롱 대통령과 프랑스 북부지역 생산 공장을 방문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2월 르노 CEO(최고경영자) 연임에 성공한 곤 회장이 그 대가로 프랑스 정부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프랑스 정부는 르노 지분을 15% 가지고 있는 대주주이다. 르노는 닛산 지분을 43.4%, 닛산은 르노 지분을 15% 보유 중이다. 닛산은 미쓰비시 지분 34%도 인수했다. 3사 연합은 인수합병(M&A)이 아닌 자본제휴이기 때문에 각사 독립경영이 보장되지만 지배구조상으로는 르노가 우위에 있다. 닛산도 르노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의결권이 없다. 이 때문에 합병을 하면 르노 주도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닛산은 쿠데타를 위해 ‘플리바게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플리바게닝은 범죄사실을 신고한 피고의 형량을 줄여주는 제도로, 일본 검찰이 곤 회장을 체포하는데 닛산의 내부고발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노부타카 카즈마 메이지대 경영학부 교수는 AFP에 "이번 사태는 르노 주도의 합병을 저지하기 위한 계획된 쿠데타일 수 있다"며 "(닛산 경영진이) 곤 회장을 축출한 다음 닛산이 연합 주도권을 쥐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 8일 프랑스 노르파드칼레 주 모뵈주에 위치한 르노 공장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 회장이 악수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르노, 쿠데타 진압 후 합병 강행할지 여부 촉각

관심은 3사 연합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르노가 쿠데타를 진압하고 합병을 강행할지 아니면 한발 물러설지 여부이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과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은 일단 20일 공동명의 성명을 통해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에 대한 양국 정부의 강력한 지지를 재확인했다"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프랑스 정부가 르노·닛산 합병에 개입할 여지가 더 커졌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블룸버그는 "이미 사태가 기업이 아닌 국가간 문제로 번졌다"며 "프랑스는 영사관을 동원해 자국민인 곤 회장을 지원하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르노 역시 곤 회장 체포 후 닛산과 미쓰비시와 달리 곤 회장의 CEO 겸 회장직 해임을 보류했다. 르노는 20일 긴급이사회 개최 결과 "곤 회장이 (체포로 인해) 일시적으로 근로가 불가능한 상태에 있다"며 "티에리 볼로레 COO(최고운영책임자)가 임시 CEO를 맡아 곤 회장의 모든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일본 검찰의 곤 회장에 대한 수사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향후 상황에 따라 합병 카드를 재추진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