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하락에도 무관심한 퇴직연금 수익률 '비상'

올 하반기 증시가 후퇴하면서 원리금비보장형 퇴직연금 수익률도 원리금 보장형의 절반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주식에 투자하는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클수록 수익성이 악화됐는데, 코스피-코스닥 지수 하락에도 무관심한 퇴직연금 가입자와 소극적인 운용전략이 퇴직연금 수익성 악화를 부채질했다는 분석이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증권사 12곳의 DC(확정기여형) 직전 1년 수익률은 0.44%에서 1.95%로 집계됐다.

회사별로는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큰 신영증권이 0.44%로 가장 낮았고, 삼성증권과 미래에셋대우가 각각 1.27%, 1.37%로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투자는 1년 수익률 1.95%로 약세장에서 가장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부분 회사가 국고채 금리 수준 수익률에 그쳤다.

증권사의 퇴직연금 수익률 악화는 원리금비보장형 상품, 즉 실적배당형 상품 수익성 악화에 따른 결과다.


신영증권의 원리금비보장형 퇴직연금 직전 1년 수익률은 0.37%에 그쳤다. 신영증권은 3년 기준 수익률에선 3.48%로 1위를 차지했으나, 올해 6월 이후 국내 증시 후퇴에 따른 악영향에 가장 많이 노출됐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 역시 원리금비보장형 수익률이 0.81%로, 원리금 보장형 1.97%의 절반이 채 안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상대적으로 선방한 증권사들은 원리금비보장형 상품에서도 평균 이상 성과를 냈다. 하나금융투자와 유안타증권은 원리금비보장형 퇴직연금 부문에서 1년 수익률 2.25%, 2.05%를 기록했다. 양사 모두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보다 비보장형 상품의 성과로 퇴직연금 수익률을 방어했다는 평가다.

한국투자증권과 현대차증권은 1%에 못 미치는 원리금비보장형 상품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원리금 보장형 상품이 2%대 수익을 내며 실적을 방어했다.

적립금 기준으로는 미래에셋대우에 2조9061억원이 유입돼 가장 많은 퇴직연금을 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이 1조1243억원으로 뒤를 이었고,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 순으로 집계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가입자가 증시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최근 같은 하락장에선 수익률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가입자의 무관심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선 디폴트 옵션(일정 기간 운용지시가 없으면 미리 정한 운용방식에 따라 상품을 운용하는 것) 등 기관에 운용권한을 주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현행 제도는 퇴직연금 운용책임과 권한을 모두 가입자에게만 주고 있어, 퇴직연금 상품을 소개하고 단순 관리에 그치는 증권사에만 수익률 악화 책임을 물 수 없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