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채 발견된 향고래 뱃속에 '플라스틱 5.9kg'

머니투데이

김수현 인턴기자

제보를 받고 출동한 세계자연기금(WWF) 연구팀이 당국과 함께 현장에서 고래의 뱃속을 확인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플라스틱 컵 115개, 비닐봉지 25개, 페트병 4개, 샌들 2개, 나일론 가방 1개.

지난 19일 인도네시아 카포타섬 해안에서 죽은 채 발견된 향고래의 뱃속에서 나온 물건들이다. 21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몸길이가 9.5m에 달하는 이 고래의 뱃속에는 모두 5.9kg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들어있었다.

가장 큰 무게를 차지한 것은 '라피아'로, 이는 야자수 잎의 질감을 흉내낸 폴리프로필렌 포장재다. 이와 함께 크고 작은 플라스틱 조각 1000여 점도 함께 나왔다. 이미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여서 플라스틱 때문에 고래가 죽었는지는 밝히지 못했다.

세계자연기금(WWF) 인도네시아본부의 해양생물보존 담당자인 드위 수프라프티는 AP와의 인터뷰에서 "사인을 특정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목격한 사실은 정말 끔찍하다"고 말했다.

죽은 향고래의 뱃속에서 나온 플라스틱 쓰레기. /사진=WWF 트위터

인구 2억6000만명의 섬나라인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플라스틱 폐기물을 많이 배출하는 나라다. 인도네시아가 연간 배출하는 320만t의 플라스틱 쓰레기 중 129만t은 그대로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이 때문에 연간 10억 달러를 들여 2025년까지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70%까지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유엔은 지난해 말 매년 바다로 흘러드는 약 1000만t의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해 해양생물이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는다고 경고한 바 있다. 최근에는 지난 2월 스페인 남부 해안에 발견된 고래 사체에서 29kg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온 일도 있다. 이 고래는 비닐봉지와 로프, 그물 등이 장을 막아 복막염을 일으켜 죽은 것으로 추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