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6.6% 폭락… 겨울 성수기 앞둔 정유주 향방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하루 만에 6.6% 폭락하는 등 유가 하락세가 심상찮다.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재고평가 손실에도 불구하고 원가율 하락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로 정유주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21일 코스피 시장에서 S-Oil (76,800원 ▲1,400 +1.86%)은 전날대비 2500원(2.2%) 내린 11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오전중 4% 가까이 떨어졌다 오후들어 낙폭을 줄였다. 지난달 2일 고점(13만9000원) 대비 20.5% 하락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 (103,800원 ▼2,400 -2.26%)과 GS칼텍스의 기업가치가 반영되는 GS (43,250원 ▲950 +2.25%)는 각각 0.5%, 0.8% 떨어졌다. 이들 종목도 오전중 2~3% 하락세를 보이다 오후 들어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정유주는 대체로 국제유가와 정의 상관관계를 갖는다. 유가 상승에 따른 래깅효과(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유가 상승으로 제품 가격이 올라 실제 석유제품을 판매했을 때 거둬들이는 마진이 커질 수 있는 것이다.

◇WTI 고점 대비 30% 폭락… "원가율 하락으로 실적개선"=2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1월 인도분 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3.77달러(6.6%) 급락한 53.43달러로 마감했다. 2017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1월물은 4.26달러(6.4%) 내린 62.53달러를 기록했다.


증시 급락으로 투심이 악화하며 하락세를 보이던 유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카슈끄지의 죽음에 대해 잘 모를 수도 있다"면서 "사우디와는 변함없는 파트너"라고 발언하면서 낙폭을 확대했다.

국제유가가 최근 고점(10월3일) 대비 30% 이상 폭락한 이유는 미국의 이란 제재에도 불구하고 사우디를 비롯한 산유국의 공급 과잉 우려가 확산된 탓이 가장 크다. 트럼프의 발언은 다음달 6일 열리는 OPEC(석유수출국기구)과 산유국들 정례회의에서 사우디가 감산을 강하게 밀어붙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유가 하락 압력을 높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유가 하락이 표면적으로는 정유기업의 재고관련 손실로 이어질 수 있겠지만, 원가율 하락으로 이어져 실적 개선에 긍정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락 과정에서 정유, 석유화학 제품 재고축적 수요는 일시적으로 둔화되지만 이를 사용하는 소비자 수요는 제품 가격 하락으로 활기를 띠게 된다"면서 "낮아진 유가가 제품 가격으로 충분히 반영되는 내년 1분기에는 수요 촉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겨울 난방시즌 등경유 마진 확대 기대=현재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수준도 현저하게 낮아 반등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다수다. 겨울 성수기 효과도 더해지면서 정유사 실적도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최근 유가 급락세는 일회성 요인 탓이 크고, 현 수준에서 하락 가능성보다는 상승 가능성이 높다"며 "유가는 겨울 성수기에 진입하며 점진적적으로 상승하거나 안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국내 정유사의 업황과 실적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등경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최근 등경유는 낮은 재고와 타이트한 공급으로 마진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며 "특히 4분기와 내년 1분기 원유수요 증가분은 대부분 등경유 수요강세 때문인데, 본격적인 겨울 성수기 진입시 등경유 마진은 재차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한금융투자는 12월 WTI 기준 유가는 배러당 60달러대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OPEC 정례회의에서 감산 논의가 이뤄지면 공급 과잉 우려가 완화(투기적 순매수 포지션 증가)될 것이란 분석에서다.

이응주·한상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2월부터 정유주는 단기 저점에서 탈출할 것"이라며 "유가와 마진 반등과 더불어 배당주로서의 매력이 크고, 2019년 하반기에는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배출가스 규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