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감싸기' 역풍에도 트럼프, 54달러 저유가에 "땡큐 사우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배럴당 54달러선까지 떨어진 저유가를 언급하며 사우디아라비아에 감사함을 표시했다.


미국 내에서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배후로 의심을 받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등 사우디 왕실을 두둔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이에 개의치 않고 유가인하 등 경제적 이익 차원에서 친사우디 행보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유가가 낮아지고 있다. 대단하다! 미국과 전세계를 위한 대규모 감세와 같다"며 "바로 얼마전 배럴당 82달러였지만 현재는 54달러다. 즐겨라!"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에 감사한다"며 "하지만 더 낮추자"라고 강조했다.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사우디에 유가를 더 낮추라고 노골적으로 주문한 셈이다.

1월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전일대비 배럴당 3.8달러(6.6%) 떨어진 53.4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17년 10월 이후 최저가다. 지난달 고점대비 31% 떨어진 수준이다. 미국, 러시아, 사우디 등 주요 산유국들의 원유생산량 증대에 따른 글로벌 공급과잉과,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원유 수요감소 우려가 최근 유가를 끌어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개입했다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보고서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와의 동맹을 강조하며 추가 제재조치를 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왕세자는 이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알고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어떤 경우든 우리는 사우디와 관계를 맺고 있을 것이며, 미국은 사우디의 변함없는 동반자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사실상 무함마드 왕세자에 정치적 면제부를 주는 것으로 무기판매 등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인권 등 미국의 전통적인 가치를 버렸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6.6%(3.77달러) 급락한 53.43달러를 기록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내년 1월물 브렌트유도 6%대의 하락세를 보였다. '공급 과잉' 부담과 함께 글로벌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로 뉴욕증시가 급락하면서도 유가도 함께 미끄러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내 비판 여론에도 사우디 왕실을 옹호하며 유가인하를 강하게 주문하면서 향후 사우디가 어떤 자세를 취할지 주목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러시아 등 비OPEC산유국들은 오는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의를 갖고 최근 공급과잉 우려에 따른 유가하락에 감산을 논의할 예정이다.

OPEC이 원유생산량을 일 100만~140만 배럴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사우디가 트럼프 대통령의 입김에 감산 합의에 동참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