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바 두달 투자하면 수익률 18%?...'묻지마 P2P 사기' 피하려면

#. 50대 회사원 나 머니씨는 요즘 여윳돈을 어디에 투자할지 고민 중이다. 은행 정기예금은 각종 우대금리를 적용해도 기껏해야 연 2%대 초반이라 마음에 들지 않는다. 최근 폭락장에 거액의 평가손실을 본 터라 주식에 또 투자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던 차에 지인으로부터 한 P2P 업체 소개를 받았다. '폴라리스펀딩'이라는 P2P 대출업체가 투자 설명회를 열고 100개에 달하는 골드바를 담보로 한 투자 상품을 소개했다. 나 는 "2개월 동안 18%의 이자를 준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 1000만원을 투자했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골드바는 모조품이고, 투자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보여줬던 보증서도 모두 가짜였다.

최근 몇년 새 P2P(Peer to Peer)업체가 급증하면서 P2P 투자 피해자도 크게 늘고 있다. P2P 업체들은 단기간 10%가 넘는 고수익을 주겠다고 투자자를 유혹하고 있지만 금감원 조사 결과 9곳 중 1곳은 사기·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위험 높은 PF상품이 전체의 42%...피해액 1000억원=P2P는 돈이 필요한 사람(대출자)와 여웃돈을 굴리려는 사람(투자자)을 연결해 주는 금융상품이다. 인터넷·모바일로 받은 대출 신청에 대해 1건 또는 여러 건을 합쳐 투자상품을 만들면 투자자들이 골라서 투자를 할 수 있다.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주는 하는 방식이지만 현재는 이와 거리가 먼 '변종' P2P 상품이 많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P2P 연계 대부업체 193개를 조사한 결과 누적 대출액은 4조3000억원, 대출잔액은 1조7000억원에 달했다. P2P 대출상품이 나온 초반에는 대부분 개인이나 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신용대출 위주였으나 현재는 담보대출 비중이 전체의 82%나 된다. 특히 투자 위험도가 높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42%로 전체의 절반 가까이 된다.

금감원이 점검해 보니 허위 PF 사업장이나 허위 차주를 내세워 투자자를 유인한 경우가 다수 적발됐다. 맹지 등을 PF 사업장으로 속이거나 가짜 골드바를 대출담보로 삼기도 했다. 직원이나 친구를 허위 차주로 내세운 경우도 있었다.


보유하지도 않은 부동산, 동산 담보권, 사업허가권을 보유한 것처럼 속이기도 하고 당초 약속한 투자처에 대출하지 않고 자금을 유용하거나 다른 투자자 돈으로 돌려막는 경우 등도 많다. 보통 P2P 투자는 2~6개월인데 반해 PF 대출은 만기가 6~26개월에 달해 만기 불일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기존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돌려 주기 위해 다른 투자자 돈을 끌어 모으는 식의 '대출 돌려막기'가 횡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사기, 횡령 혐의가 포착된 회사는 20개사에 달했다. 투자자 피해는 수만명에 달하고 피해금액은 1000억원 이상이다.


◇연체율 낮다고 안심? '묻지마 P2P 투자' 피해 안당하려면=고수익의 눈멀어 '묻지마 투자'를 할 경우 원금손실 가능성이 높은 만큼 투자시 중요 사항들을 꼼꼼하게 체크 할 필요가 있다.

우선 해당 P2P 업체가 불법업체인지 아닌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금융위원회에 등록했는지 여부는 금감원 파인 홈페이지(//fine.fss.or.kr)에서 간단하게 확인 가능하다. 아울러 연체율이 지나치게 낮거나 보상금을 과다 지급 업체는 의심해야 한다. 문제의 P2P 회사들은 돌려막기를 통해 연체율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연체율이 낮다고 무조건 안심해서도 안 된다. 특히 10% 이상의 보상금으로 투자자를 유인한 뒤 모집자금을 '먹튀'한 불법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PF 대출에 투자하는 상품의 경우 PF 사업과 관련한 대출만기연장, 투자자 재모집 상품은 돌려막기 가능성이 높으므로 투자를 피해야 한다. '묻지마 투자'를 했다가 향후 연장이나 재모집이 되지 않으면 부실 위험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초기단계 PF 사업이나 후순위 담보 등은 투자 수익률은 높을지 몰라도 원금손실 가능성 역시 높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담보대출의 경우는 실제 담보물이 존재하는지, 실제 담보권 설정이 돼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저당권(질권) 설정 등 담보권에 대한 공시내용을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P2P 업체에 관련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P2P 업체의 임직원 수, 대출 심사 담당 직원 수, 외부 전문기관에 의한 위탁심사 여부 등을 통해 대출 심사능력이 충분한지도 확인해야 한다. P2P 연계 대부업체의 평균 임직원 수는 3.6명에 불과하고 2인 이하가 전체의 50.3%나 될 정도로 영세하다. P2P업체는 도산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청산업무 처리절차 마련 여부 등 청산 시 투자금 회수가 가능한지도 투자 전에 체크 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