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상 행진, 내년 봄 끝? 커지는 속도조절론

【워싱턴=AP/뉴시스】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지난달 31일 워싱턴에서 열린 연준 이사회 회의에서 서류를 검토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15일 성명에서 "고용 극대화와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연준이 동원할 전략과 수단에 대해 2019년 폭넓은 재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2018.11.16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정책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무역전쟁과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미국 경제가 둔화 조짐을 보여서다. 다만 반론도 만만치 않아 당분간 연준 위원들의 '입'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또한 연일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를 비판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정책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연준, 긴축중단 고려"
경제전문지 마켓뉴스인터내셔널(MNI)은 21일(현지시간) "연준이 점진적으로 통화긴축 기조를 중단하는 방안에 대해 고려하기 시작했다"면서 "이르면 내년 봄 금리인상을 멈출 수 있다"고 연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어 "다음 달 정책금리 추가 인상은 확실해보이지만, 내년 3월 정책 결정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중단하거나 종료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보다 활발해질 것"이라고 했다. 연준이 앞으로 1~2차례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린 이후 긴축을 멈출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미국의 정책금리는 2~2.25%다.

이는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점도표(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에서 나타난 연준의 금리 전망에서 많이 후퇴한 것이다. 당시 연준은 내년 말 금리 전망치 중간값을 3.125%로 제시했으며,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 총 4차례의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연준 내부에서도 금리 인상 기조를 둘러싼 신중론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경제방송 폭스비즈니스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정책금리가 중립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면서 "연준이 지금부터 인내심을 갖고 점진적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금리선물 시장 동향으로는 다음 달 금리 인상 확률은 여전히 70%를 웃돌고 있지만, 내년 인상 횟수 전망은 줄고 있다"고 했다.

◇신중론 배경에는 경기둔화 신호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 늦출 것이라는 전망의 배경에는 미국 경제 둔화 우려가 자리한다. 실제로 최근 발표되는 경제지표에는 경기 둔화 신호가 드러난다. 미국의 제조업 동향을 보여주는 내구재 주문이 지난달 전월 대비 4.4%나 줄었고, 비방위산업(항공기 제외) 자본재수주도 제자리에 머물렀다. 11월 미시간대 소비자 신뢰지수는 97.5로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주 실업수당 청구건수도 22만4000건으로 6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주택시장의 부진도 이어졌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10월 기존주택 판매량이 522만채(연간 환산)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1% 감소했다고 전했다.


금융시장에서도 이상 신호가 감지된다. 미국 국채와 회사채의 신용 스프레드(금리차)가 최근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정크본드(투자 부적격 회사채)와 미 국채 스프레드는 지난 19일 평균 4.18포인트로 지난달 초 3.03포인트에서 40% 가까이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경제가 아직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그동안 경기를 지탱해온 개인 소비도 부진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 주 이리에서 열린 정치 집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증시 급락세 행진에 금리를 계속 인상 중인 미국 연방준비제도에 대해 “실수를 하고 있다. 연준이 미친 것 같다”고 비판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럼프의 연준 압박도 변수
연준의 속도조절론에 대한 반대 주장도 만만치 않다. 골드만삭스와 JP모간체이스는 전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연준이 내년 말까지 금리를 5차례 더 올릴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연구원은 "최근 증시가 급락했지만, 연준은 다른 금융상황 지표가 크게 악화되거나 경제성장률이 장기추세를 밑돌 경우에만 완화적 기조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의 정책 전망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연일 연준의 금리인상을 비난하면서 정책 결정 과정에 영향을 주려고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인상 중단을 촉구하면서 연준의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연준이 여기에서 금리인상을 멈추면 정치적 압력에 굴복했다고도 해석될 수 있으며, 이는 물가 안정이라는 책무를 가진 연준에 대한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WSJ은 이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다음 주 뉴욕에서 강연하며, 다음 달 5일에는 의회 증언도 예정돼 있다"면서 "(금리 전망을 둘러싼) 시장의 혼란이 계속되면 연준 인사들의 발언에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