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입법 논의 시작…7년 발 묶인 '금소법' 통과될까

‘금융소비자보호’는 문재인 정부의 금융정책을 관통하는 핵심 목표이지만 정부가 추진한 금융소비자보호 정책과 감독은 ‘근거 없는 관치’ 논란을 일으키며 수시로 시장마찰을 일으켰다. ‘법적 근거’가 될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7년째 국회에 계류 중인 탓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2일 전체회의를 열고 정기국회 법안 심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금융권에서 올해 정기국회의 최대 관심사는 금융그룹통합감독법, 금융회사지배구조법 등과 함께 금소법의 통과 여부다.




금소법은 18대 국회 때인 2011년에 ‘금융소비자보호기본법안’이 처음 발의된 후 19대까지 총 7건의 관련 법안이 정부 또는 의원 입법으로 국회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하지만 모두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20대 국회 들어서도 5건의 법안이 제출됐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금소법은 금융상품 소비의 전 과정을 규율하는 종합적인 소비자보호 체계다. 사전정보 제공부터 판매과정에 이르기까지 지켜야 할 원칙, 불완전판매 등으로 소비자피해가 발생할 경우 구제 방법 등을 모두 규정한다. 특히 논란이 많은 분쟁조정 절차 등도 포함하고 있다.


여야 모두 금소법의 제정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국회가 번번이 합의에 실패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금소법에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묶여 있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보호를 총괄할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 등 현행 금융감독체계를 흔드는 문제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감독기구뿐만 아니라 정부조직 개편 등과도 맞물려 있어 합의가 쉽지 않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에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빼고 논의하자는데 여야간 어느 정도 공감대가 이뤄져 있다”고 밝혔다. 올해는 국회 통과가 기대되는 이유다.

그렇다고 이견이 다 해소된 것은 아니다.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소비자보호 원칙을 지키지 않은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와 소비자의 사후구제 방안은 어느 수준까지 도입할지에 대해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특히 정부안은 금융회사에 대해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여당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은 여기에 더해 징벌적 손해배상과 집단소송 도입도 포함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금소법 도입의 필요성에는 여야간 이견이 없지만 제재의 수위가 너무 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나친 보호가 소비자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국회가 모든 사안이 합의될 때까지 미루기보다 합의되는 부분만이라도 우선 통과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금소법은 제정법으로 시행 시기가 공포 후 1년 후여서 지금 통과돼도 시행은 2020년에나 가능하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9일 토론회에서 “금소법은 금융회사의 판매행위에 대한 사전규제의 기틀을 마련하고 금융소비자의 사후구제 권리를 증진할 목적으로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조속한 제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정무위에는 금융그룹통합감독법(박선숙 의원 대표 발의), 금융회사지배구조법(정부 발의) 등 정부의 핵심 입법 과제들이 상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