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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와 대기업 다툼.. 모비프렌과 CJ ENM은 왜 싸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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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기협력팀 배병욱 기자
  • 2018.11.2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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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주원 모비프렌 대표가 28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CJ의 갑질 횡포'를 주장하며 8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사진=중기협력팀 오지훈 기자
"CJ의 파렴치한 갑질 횡포로 도산에 직면한 글로벌 강소기업 모비프렌을 살려주세요."

블루투스 이어폰 제조업체 모비프렌의 허주원 대표가 지난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내용이다. 허 대표는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삭발식을 단행하고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28일 현재 8일째를 이어가고 있다.

모비프렌(구. 지티텔레콤)은 2002년 삼성전자 개발협력사로 설립됐다. 휴대폰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용역 개발했다. 삼성 스마트폰 검증 업무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2005년 삼성 블루투스 이어폰을 개발했고, 이 기술을 살려 2007년 자사 브랜드 '모비프렌'이란 이름으로 블루투스 이어폰을 처음 선보였다.

허 대표는 "10년 동안 블루투스의 성장 가능성만 보고 80억원을 투자했다"면서 "삼성전자 관련 사업에서 벌어들인 수익금 전부와 은행 차입금까지 합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반도체가 1978년부터 1988년까지 엄청난 투자를 했지만 수익을 못 내다가 반도체 호황과 함께 1989년 한 해 수익으로 10년간의 투자금을 회수하고도 남았다"면서 "블루투스는 꿈이자 희망이었고 전부였다"고 토로했다.

모비프렌은 2016년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올해엔 중소벤처기업부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선정됐다. 최근엔 미국 아마존에 입점,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50개 이상의 제품을 팔고 있다.

허 대표는 "엔지니어 출신이라 마케팅을 전혀 몰랐고 제품만 잘 만들면 많이 팔릴 거라 생각했다"면서 "좀 오래 걸렸지만 CJ ENM에 국내 독점 판권을 넘긴 2016년 8월 직전까지만 해도 해마다 매출이 성장하는 추세였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CJ에 판권을 넘긴 이후 매출이 늘긴 했으나 계약 만료 시점인 오는 12월이 지나면 회사가 도산 위기에 처한다"고 했다. 허 대표는 무엇 때문에 삭발까지 하고 8일째 단식 중일까.

허 대표에 따르면 2016년 7월 CJ ENM 관계자들이 모비프렌 영업팀에 접촉해 왔다. 모비프렌과 CJ뮤직 디바이스팀은 오찬 미팅을 잡았다. 당시 CJ 측은 "시장조사 결과 모비프렌 제품이 가장 우수하다"면서 "브랜드와 매출을 키워주겠다"고 제안했다. 이어 "연예인과 방송을 보유했으니 중국과 동남아 시장까지 확대할 수 있다"고 했다. CJ ENM은 50여명의 연예인과 16개 채널을 보유 중이다.

또 CJ 측은 "우리 목표는 L사를 잡는 것"이라며 "나중에 브랜드가 커진 뒤 배신하지 말라"고도 했다. L사는 국내 대기업으로 당시 블루투스 이어폰 시장점유율이 80%에 달했다. CJ 측은 B브랜드의 성공 사례도 언급했다. B브랜드 제품(이어폰, 헤드폰)의 국내 판권을 맡아 연간 160억원어치를 판매한 적 있다는 얘기였다.

이렇게 해서 2016년 8월1일 모비프렌과 CJ ENM은 상품 거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이날부터 온·오프라인 국내 독점 판권이 CJ로 넘어갔다. 이에 따라 모비프렌은 자사 제품을 국내에서 직접 판매할 수 없게 됐다.

계약 기간은 2016년 8월1일부터 2018년 12월31일까지 2년 5개월이다. 계약서에 따르면 이 기간 CJ는 모비프렌에서 최소 98억6000만원어치의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 연도별 '최소 구매 금액'은 2016년 13억6000만원, 2017년 40억원, 2018년 45억원으로 설정됐다.

특히 이 물량은 '최소 구매 금액'이다. 모비프렌 측은 성공 사례 등 CJ로부터 들은 얘기도 있고 해서 CJ가 '최소 구매 금액'보다 훨씬 더 가져갈 것으로 기대했다. 기존 거래처에 줄 때보다 마진이 낮았지만 대기업이 판매를 대신해 준다는 기대감이 컸던 것이다. 허 대표는 "2016년 10월경 CJ 측에서도 2017년 구매 목표가 80억원이라고 얘기한 적 있다"고 했다.

이 같은 기대는 계약 후 3달 만에 무너졌다. 계약서상 2016년 '최소 구매 금액'은 13억6000만원이다. 계약 첫 달인 8월부터 12월까지 모두 5개월이니까, 모비프렌 입장에서는 월평균 2억7200만원(13억6000만원÷5개월)어치의 제품이 나갈 것이라 판단했다.

CJ는 첫 달(8월) 월평균 기대치를 훨씬 웃도는 4억9100만원어치를 가져갔다. 모비프렌은 생산 라인까지 증설하면서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둘째 달인 9월 1억1400만원, 10월 1억800만원, 11월 1억4400만원, 12월 3200만원이 전부였다. CJ가 2016년 가져간 전체 물량은 '최소 구매 금액'(13억6000만원)에 훨씬 못 미치는 8억8900만원이었다.

2017년 또한 마찬가지다. 2017년의 연간 '최소 구매 금액'은 40억원이다. 월평균 3억3300만원(40억원÷12)인 셈이다. CJ가 실제 구매한 물량은 1월 7200만원, 2월 3600만원, 3월 2억3900만원이다. 4월엔 심지어 0원이다.

이에 대해 CJ 측은 "처음에 유통망 확보가 어려워 계약을 불이행한 게 맞다"며 "애플의 '에어팟' 등이 출시되면서 판매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했다.

허 대표는 2016년 말부터 CJ ENM 담당자에게 어려움을 호소했다. 본부장과의 미팅을 주선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본부장에게 이런 사항을 얘기하면 관계가 끝날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본부장과의 미팅을 지속적으로 요청한 결과, 2017년 2월9일 미팅이 이뤄졌다. 하지만 사전 미팅에서 CJ 담당자는 허 대표에게 "본부장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허 대표는 속이 탔지만 덕담만 나누고 돌아왔다.

허 대표는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2017년 2월28일 CJ ENM 해당 본부장에서 메일을 보냈다. 답변이 없어 김성수 CJ ENM 대표에게도 등기우편과 메일을 보냈다. 역시 아무런 답이 없었다. 이재현 회장에게까지 '계약 불이행으로 인해 저희 회사가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도와주십시오'란 제목으로 메일을 보냈다. 이렇게 보낸 메일이 20통이나 되지만 별다른 회신이 없었다.

이 때문에 허 대표는 인건비 등을 맞추기 위해 2016년 9월부터 2017년 4월까지 12억5000만원을 대출받았다.

그러다 CJ는 2017년 5월부터 가져가는 물량을 늘리기 시작했다. 허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대기업 갑질' 등의 이슈에 부담을 느낀 CJ가 물량을 급히 가져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는 12월 계약 만료를 앞둔 현시점 CJ는 계약상의 구매 물량을 거의 소화한 상태다.

허 대표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삭발 단식 농성 중인 이유에 대해 "곧 계약이 끝나면 2019년 1월부터 매출이 곤두박질친다"면서 "CJ가 기존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붕괴시켜 놓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모비프렌에 따르면 CJ와 계약 전, 전국 1000여개 매장에 제품을 입점했었다. △하이마트 370개 매장(벤더:유니즈커머스 등 4개사) △이마트 100곳(벤더:우리티앤에스) △면세점 10곳(벤더:리젠시아시아) △서울 용산 등 150개 매장(벤더:삼신이앤비) △SKT의 TPS 150개 매장(벤더:엠파워코리아) 등이다.

허 대표에 따르면 CJ와 계약 후 기존 벤더들을 CJ 쪽으로 소개했지만 CJ 측은 "모든 매장에 직접 납품하겠다"며 기존 벤더들을 1달 만에 정리했다. 이 때문에 모비프렌은 기존 거래처들의 원망을 사기도 했다고 허 대표는 설명했다.

CJ 측 얘기는 다르다. CJ ENM 관계자는 "계약 전 모비프렌이 1000여개 매장에 입점했다는 건 믿을 수 없다"면서 "또한 기존 벤더 몇 군데 말고는 인수인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계약 종료가 임박한 현재 CJ는 이마트(57곳), 올리브영(16곳) 등 155개 매장에 모비프렌 제품을 입점해 놓았다. 이에 대해서도 허 대표는 "CJ에 의해 이마트로 들어가 있는 제품은 달랑 1개 모델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모비프렌 라인업 가운데 유일하게 중국에서 들어오는 제품"이라며 "이 제품은 원래 사은품 및 특판용이었다"고 했다. 올리브영 매장에 들어간 것도 중국산 제품과 저가 모델, 2개가 전부라는 게 허 대표의 주장이다.

CJ ENM 관계자는 "올리브영의 경우 젊은 층이 이용하는 곳으로 고가 제품이 맞지 않는 매장"이라며 "소매점 측이 저가 제품의 입점을 원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했다. 허 대표의 일방적인 주장이란 게 CJ 입장이다.

허 대표는 "유통망이 완전히 붕괴한 수준"이라며 "이 상태로 계약이 종료되면 2019년 1월부터 월 매출액이 고작 4000~5000만원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했다. 현재 모비프렌에서 블루투스 이어폰 사업 부문의 종사자는 40여명이다. 인건비만 월 1억2000만원에 달한다. 허 대표가 "도산에 직면했다"고 하는 까닭이다.

CJ 측은 "유통을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면서 "하지만 모비프렌과 함께 열심히 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사의 계약이 영속할 순 없는 법"이라며 "기업이 판권을 넘겨주는 계약을 체결할 땐, 계약 만료 이후의 상황을 미리 고려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모비프렌 측에 자료를 요청해 받아본 결과, CJ와 계약 직전 8개월간의 월평균 매출액은 세금계산서 공급가액 기준 1억6540만원이다. 허 대표는 "판매가 더디긴 했지만 품질 만족도가 높아 해마다 매출액이 늘고 있는 추세였다"고 했다. 해외 수출 역시 꾸준히 늘고 있었다. 2015년 25만달러, 2016년 98만달러, 2017년 132만달러를 기록했다. 2018년 현재는 12만달러로 급감한 상태다. 전사가 CJ 문제 때문에 바이어 대응이 불가능했던 탓이다.

특히 CJ는 독점 계약을 체결한 뒤 모비프렌으로부터 가져간 대부분의 제품을 재고로 가지고 있다. 75억원어치 이상의 제품을 창고에 보관 중이다. 허 대표는 "대기업이 독점 판권을 얻어 중소기업 제품을 팔아주기로 했으면, 제품을 판매해서 해당 제품이 시장에 깔려야 홍보도 되는 게 아니겠냐"면서 "가져간 제품의 대부분을 창고에 쌓아놓고 있으니 해당 제품을 만든 중소기업을 산 채로 매장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CJ 관계자는 "왜 팔고 싶지 않겠냐"면서 "이 계약으로 100억원의 적자가 났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하이마트의 경우 하이마트 자체적으로 기존에 가진 재고가 있었는데, 이걸 신제품으로 교체해 주는 조건으로 입점 가능했으나 모비프렌이 이를 거절했다"며 "판로 확보를 위해 노력한 점을 알아 달라"고 덧붙였다.

최근 모비프렌은 온라인에서 자체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지난 3월 온라인 판권을 돌려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CJ가 가져간 납품가에 10%를 더 얹어 다시 되사서 판매 중이다. 제조사가 총판에 판 제품을, 그 총판에서 다시 10%를 더 주고 사오는 꼴이다. 이렇게 해서라도 온라인 시장을 살려야겠다는 판단에서다. 광고도 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매출이 광고비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허 대표는 "한번 죽은 시장이라 회복이 힘든 상태"라고 호소했다.

여기에 대해서도 CJ 측은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온라인상에서 판매가를 하향한 것인데 모비프렌 측에서 '덤핑이 걱정된다'며 가격을 낮추지 말라고 요청했다"면서 "이 때문에 온라인에서 판매할 상황이 안 돼 온라인 판권을 모비프렌으로 넘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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