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위로 떠오른 '증권거래세 폐지'…"주식시장 레벨업" vs "세수 우려"

증권거래세 폐지는 증권가의 오래된 화두다. “왜 손해를 봤는데도 세금을 내야하냐”는 개미투자자부터 “거래세가 주식시장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증권전문가까지 그 이유는 다양하다. 거래세 폐지·완화를 반대하는 입장도 완강하다.


재정당국은 세수 감소를 우려한다. 소득세 등 다른 세금에 비해 큰 저항 없이 쉽게 걷을 수 있는 것은 떨칠 수 없는 유혹이다. 증권거래세가 과도한 단타매매를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거래세 폐지 반대의 이유다.


◇정치권이 쏘아 올린 증권거래세 폐지 논란 = 증권거래세 관련 논의는 국회가 폐지 움직임을 보이며 본격화됐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증권거래세가 글로벌 증시 대비 너무 높다”며 “세수감소를 생각할 게 아니라 거래활성화에 따른 세수증대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정무위에서 “증권거래세 폐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지 않냐”고 질의했다. 주식시장의 주무부처인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세무당국은 세수가 줄어들지 않을까 소극적이지만 증시 활성화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증권거래세 폐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때”라고 답했다.

법안도 연이어 발의됐다. 폐지에서 세율 인하까지 스펙트럼은 다양하지만 축소해야 한다는 방향은 여야가 일치한다. 김철민 민주당 의원이 지난 3월 현행 0.5%(대통령령으로 0.3% 적용)인 증권거래세율을 0.1%까지 단계적으로 낮추는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데 이어 증권거래세를 아얘 폐지하자는 법안까지 등장했다. 김병욱 의원도 29일 증권거래세를 0.15%로 인하하는 법안을 냈다.


◇증권가의 오래된 숙원, 증권거래세 폐지=증권거래세 폐지는 증권가의 숙원이다. 더 낮은 수수료를 찾아 증권사를 옮겨다니는 개미투자자들은 수수료 ‘0%’ 하에서도 세금을 내야하는게 불만이다. 단타매매를 하지 않더라도 기관투자자에 비해 주식보유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거래세에 대한 체감도가 크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에 근무하는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시장왜곡 현상을 없애고 주식 선물과 현물의 시세차를 이용하는 차익거래가 가능해지는 등 시장 선진화를 이룰 수 있단 점에서 찬성이다. 거래세 폐지로 주식시장에 신규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는 기대도 감추지 않는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거래세수가 연평균 6조원대인데 거래세를 폐지하면 6조원의 자금이 신규로 주식시장에 유입되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발생한다”며 “분명한 자금유입 효과가 있고 거래량 증대와 주가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거래비용 감소로 새롭게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 또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거래세 부담이 줄어들면서 단타 매매가 늘어날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 매입 후 하루 이내에 매도하는 단타매매나 수분~수시간내 매도하는 초단타매매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장기보유를 유도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악영향”이라고 말했다.

◇세수 우려에…확답 못하는 재정당국=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주식거래세로 겆히는 세금이 연간 5조원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국세통계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거래세(농어촌특별세 포함)는 4조7283억원이 걷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증권거래세 인하를 지금 상황에서 언급하는 것은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세수 안정성이 높다는 점도 거래세 폐지를 고민하는 이유다. 양도소득세는 납세자가 직접 납부하지 않는 거래세에 비해 조세저항이 클 수밖에 없다. 또 거래대금에 부과되는 특성상 연도별 세수가 일정하다. 양도세는 주가의 향방에 따라 편차가 클 수밖에 없다.
주식시장으로 흘러드는 자금이 실제로 증가할지도 미지수다. 거래세 폐지에 따른 긍정적 효과는 분명하지만 정도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