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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머니]뜨는 동네 해방촌…그 많던 니트 공장들은 어디로 간 걸까

협동의 이름으로 부활을 꿈꾸는 ‘해방촌니트패션협동조합’

머니투데이 백선기 이로운넷 책임에디터 |입력 : 2018.12.07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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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아래 첫 마을. 오름과 내려감을 반복하는 해방촌 가파른 골목길에는 요즘 두 세상이 공존한다. 젊음과 개성 넘치는 카페와 상점들 사이로, 허름하지만 아기자기한 양옥집들이 즐비하다. 그 집들 가운데는 한 때 해방촌의 경제를 떠맡았던 니트 공장들이 있다. 아래층에서는 기계가 돌아가고 위층은 살림집인 형태들이다.

해방촌은 광복이후 귀국한 동포들과 월남한 실향민, 한국전쟁 때 피난민 등이 임시로 거주하면서 형성된 마을로 한국니트생산의 발상지로 손꼽힌다. 호황기 때인 7080시대에는 300여개의 니트 공장들이 주택가에 존재했지만 지금은 1/6 수준인 50여 곳으로 줄었다. 그 많던 니트공장들은 어디로 간 걸까.
남산타워가 보이는 해방촌 오거리<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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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타워가 보이는 해방촌 오거리



니트 생산기지의 상당수는 중국,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 인건비가 싼 제3국으로 이전됐다. 여기에 빠른 유행을 좇아 저렴한 가격에 만들어지는 스파(SPA) 브랜드의 등장으로 해방촌의 니트 산업은 점차 설자리를 잃어갔다.

공장들이 하나 둘 폐쇄되고 경제가 팍팍해지니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정든 삶의 터전을 떠났다. 1970년대 2만6천 여명에 달했던 해방촌 인구수는 2018년 7월 현재 만800여명으로 줄었다.

니트패션의 영광 .. 협동조합으로 되살려볼까

쇠퇴일로를 겪던 해방촌에도 2016년에서 2020년까지 국토부와 서울시가 ‘해방촌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면서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총 사업비 100억 원 규모의 마중물 사업이 8개 시행되는데 이중 하나가 ‘해방촌니트예술공방 활성화 사업’이다.

이 사업에 힘입어 그동안 살아 남기위해 고군분투하던 니트산업종사자들은 올해 5월 ‘해방촌니트패션협동조합’을 설립하고 협동이란 이름으로 뭉쳤다.
해방촌의 니트 산업은 가내공업 형태가 많아 대규모 수주에 어려움이 많다.
해방촌의 니트 산업은 가내공업 형태가 많아 대규모 수주에 어려움이 많다.


“먹고는 살아야 하잖아요. 공동으로 하면 좀 더 나은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이 산업이 활성화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개인이 할 수 없는 일도 뭉치면 하다못해 단체복 수주라도 쉽지 않겠어요? 보다 많은 일을 끌어와 공동으로 작업하면 상생할 수 있다고 봅니다. ” (김종호해방촌니트패션협동조합 이사장)

해방촌니트패션협동조합의 조합원 수는 9명이다. 이 가운데 7명이 니트업계 사장들이다. 이들은 공동수주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해 조합원의 출자금으로 신흥시장 안에 공동판매장 부지를 마련했다.

공동판매장은 10평 규모의 2층 건물로 1층은 쇼룸을 조성해 전시장 겸 오프라인 판매장으로 활용하고, 2층은 바이어와의 상담실 겸 조합회의실로 쓸 계획이다

국토부와 서울시가 해방촌 도시 재생을 위해 오는 2020년까지 진행하는 8개 마중물 사업들. 총 사업비 100억 원 규모로 이 가운데 ‘공방·니트산업 특성화 지원’ 사업이 포함돼 있다.
국토부와 서울시가 해방촌 도시 재생을 위해 오는 2020년까지 진행하는 8개 마중물 사업들. 총 사업비 100억 원 규모로 이 가운데 ‘공방·니트산업 특성화 지원’ 사업이 포함돼 있다.

“도시재생은 물리적 환경만 개선하는 것이 아니고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방위적 부문에서 지역을 활성화하는 것입니다. 해방촌의 역사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한 니트산업이 활성화되면 일자리가 늘어나 인구수가 증가하고 지역이 다시 활력을 찾으리라 기대합니다.” (이한솔 해방촌도시재생지원센터 코디네이터)

지역의 기업·산학협력으로 젊은 기술 인력 양성

해방촌니트패션협동조합에는 의류 생산 과정에서 버려지는 자투리 원단으로 업사이클링 용품을 만드는 소셜벤처 '니들앤코(Needlenco)‘가 함께 하고 있다. 니들앤코는 해방촌공방과 니트패션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2016년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새로운 젊은 기술인력의 유입이 시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해방촌 니트산업 종사자들의 평균 연령대는 50-60대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오랜 경험과 뛰어난 기술력은 장점으로 꼽히지만 젊은 층의 수요를 잡는데는 버거운 상황이다. 이를 위해 협동조합은 지역의 공방과 예술가 및 사회적경제 기업등과의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 또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니트학과가 개설된 한양여자대학과 산학협력으로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김종호 해방촌니트패션협동조합 이사장
김종호 해방촌니트패션협동조합 이사장


“지금까지 버텨온 사람들은 수십년간 이 업종에 몸담아 온 사람들이라 기술력만큼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다는 자부심이 강합니다. 우리는 기획과 디자인 개발 분야에서 협업을 구상중입니다. 우리의 기술과 젊은 청년들의 아이디어가 만난다면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지 않을까요?”

이밖에 산업연수생 프로그램과 이주여성 기술 교육 및 취업 연계 등을 통해 폭넓은 인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고용의 질을 높여 인력난을 해소하고 일자리 창출

니트산업은 대표적으로 비수기와 성수기가 구분된다. 문제는 경기침체로 비수기의 기간이 점점 길어짐에 따라 고용이 불안정해져 해방촌 니트공장의 비정규직 고용비율은 70%를 넘었다. 고용의 불안정화는 인력수급에 차질을 빚어 사업수주에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해방촌의 한 편직 공장. 해방촌은 원사 구매와 편직, 가공 등 전 공정을 지역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해방촌의 한 편직 공장. 해방촌은 원사 구매와 편직, 가공 등 전 공정을 지역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올해는 특히 경기침체가 심합니다. 아주 바쁜 시기가 가을부터 1월말까지는 이어져야하는 데 올해는 10월말로 끝난 듯 합니다. 성수기 때 한 푼이라도 더 벌어 종업원들 월급주고 1년을 버텨내야 하는데 말이죠. 비수기를 견뎌내기 위해선 단순한 주문생산에서 벗어나 공동브랜드를 갖고 디자인부터 판매까지 아우르는 시스템으로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김정수 해방촌니트패션협동조합 이사)

니들앤코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해방촌은 원사부터 편직(실로 원단을 짜는 공정), 가공 등 전 공정을 소화하는 업체가 20% 가량이며 나머지 80%는 동대문과 남대문 시장을 기반으로 주문받은 제품을 생산하는 형태이다. 따라서 디자인과 기획의 협업만 잘 이뤄진다면 니트 생산의 전 과정이 해방촌 안에서 이뤄져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해선 사후서비스(A/S)가 어렵지만 우린 바로바로 대처가 가능하고 밤사이 물건을 다 팔고 다음날 아침에 주문하면 저녁에 받아볼 수 있을 만큼 신속하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협동조합은 이같은 장점을 살려 공동브랜드를 만들고 온라인플랫폼을 구축해 비수기를 최소한으로 단축시킨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를 통해 비수기를 견뎌내지 못하고 일터를 떠나는 사람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니트패션협동조합은 온라인 플랫폼 준비에 앞서 실험적인 단계로 '오마이컴퍼니'를 통해 현재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이 펀딩은 ‘용산 사회적경제생태계조성사업단’이 지원하고 있다.
첨단 기술인 홀가먼트 기법으로 만들어진 무봉제 브이넥 스웨터. 무봉제 스웨터는 봉제선이 없어 일반 스웨터보다 편하고 입었을때 핏이 자연스러운 특징이 있다. 이번 크라우드펀딩에서는 무봉제 스웨터를 비롯해 모자,가방,폴라티 등 한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제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만나볼 수 있다.
첨단 기술인 홀가먼트 기법으로 만들어진 무봉제 브이넥 스웨터. 무봉제 스웨터는 봉제선이 없어 일반 스웨터보다 편하고 입었을때 핏이 자연스러운 특징이 있다. 이번 크라우드펀딩에서는 무봉제 스웨터를 비롯해 모자,가방,폴라티 등 한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제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만나볼 수 있다.

김 이사장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해방촌니트협동조합의 존재를 알리고 조합이 어떤 일들을 해나가려고 하는지 왜 해방촌에서 니트사업이 존속돼야하는지를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며 “니트산업은 특성상 하나의 공장에서 파생되는 일들이 사슬처럼 연계돼 있다“며”공장이 하나 망하면 거기에 딸린 많은 일자리들이 연쇄적으로 무너져 내린다“고 말했다.

“동네 활성화 잘했다”...그 이야기 들으면 성공

김이사장은 15살때부터 니트기술을 배워 한우물을 판 덕분에 30대의 젊은 나이에 이곳 해방촌에 니트공장을 세웠고 30여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했다. 그는 여기에 남겨진 사람들 대부분 그처럼 평생을 이 업에 바친 사람들이라고 한다.
해방촌 니트공장의 70%는 업력이 최소 10년이 넘었다.&lt;br&gt;
해방촌 니트공장의 70%는 업력이 최소 10년이 넘었다.<br>


해방촌니트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의 차별성을 묻자 “뭐든지 보면 다 해낼 수 있는 기술이면 되지 않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 디자이너가 달랑 그림 한 장 만 갖고 와도 원하는 물건을 뚝딱 만들어낼 수 있고 한눈에 편직과 원사의 종류를 구분해 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우린 규모화를 지향하지만 소량의 물건 생산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라진다면 누가 그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을까요?”

그러면서 그는 절박함이 여기까지 오게 했다고 했다.

“조합원 각자가 업계 대표로 수십년을 살아온 탓에 공동의 목표를 잡는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래도 해봐야 되지 않겠느냐, 무엇이든 되는 방향으로 나가보자는 절박함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잘 되야 다른 사람들이 따라올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구요.”

숱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니트협동조합 덕분에 ‘돈 잘 벌고 동네가 활기 넘치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만족한다“고 김이사장은 말했다.
해방촌니트패션협동조합 공동작업장이 들어설 해방촌 오거리 신흥시장 내부 모습
해방촌니트패션협동조합 공동작업장이 들어설 해방촌 오거리 신흥시장 내부 모습


인터뷰가 끝나자 그는 오토바이에 물건을 싣고 해방촌의 가파른 골목길을 떠났다. 오름과 내림의 연속으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해방촌의 좁은 골목길은 마치 지나온 해방촌 니트산업의 어제와 오늘을 보는 듯 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해방촌니트패션협동조합은 각자도생에서 벗어나 협동이란 이름으로 하나가 돼 니트산업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사진.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sehub.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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