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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날]나는 '잘' 죽기로 했다

[웰다잉 시대 ①]죽음, 삶의 일부로 인식…다양한 방법으로 죽음을 준비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입력 : 2018.12.09 06:30|조회 : 8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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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월 화 수 목 금…. 바쁜 일상이 지나고 한가로운 오늘, 쉬는 날입니다. 편안하면서 유쾌하고, 여유롭지만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오늘은 쉬는 날, 쉬는 날엔 '빨간날'
[빨간날]나는 '잘' 죽기로 했다
[빨간날]나는 '잘' 죽기로 했다
"제 장례식에 초대합니다. 평상복 입고 참석해주세요. 조의금은 받지 않습니다."

지난해 11월, 일본 한 신문에 의문의 광고가 실렸다. 자신의 '생전 장례식'을 치르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광고를 게재한 사람은 안자키 사토루(당시 80세). 일본 건설기계 분야의 1위 기업 고마쓰의 전 사장이었다. 그는 온몸에 암이 전이돼 수술 불가능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연명 치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거부했다. 아픈 몸으로 버티며 사는 건 의미가 없었다.

그로부터 약 3주 뒤, 안자키 전 사장의 생전 장례식이 열렸다. 회사 관계자, 동창생, 지인 등 약 1000명이 참석했다. 그는 휠체어를 타고 모든 테이블을 돌며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감사 편지도 남겼다. 생전 장례식을 치르고 6개월 뒤, 안자키 전 사장은 81세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말처럼 '몸부림치지 않는 죽음'이었다.

잘 죽어야 잘 사는 시대가 왔다. 이른바 '웰다잉'(Well-dying) 시대다. 사람들은 이제 죽음을 삶의 일부로 인식한다. '죽음의 질'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웰다잉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능동적으로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 죽음의 시기와 방법, 혹은 그 이후까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여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기다리며 준비한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죽음을 맞이하는 또 하나의 문화를 만들고 있다.

◇'웰빙' 이어 '웰다잉' 시대로…고령화로 관심 높아져

웰다잉은 2009년 '김 할머니 사건'으로 화두에 올랐다. 대법원이 식물인간이 된 김 할머니의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존엄사를 허용하며 환자의 결정에 따라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게 됐다. 이후 '당하는 죽음'이 아닌 '맞이하는 죽음'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최근에는 빨라진 고령화가 웰다잉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유병장수' 시대가 열리면서 죽음의 패러다임이 변했기 때문. 병든 채 목숨을 유지하기보다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웰다잉을 더욱 선호하게 된 것이다.

[빨간날]나는 '잘' 죽기로 했다
이러한 경향은 노인층에서 특히 뚜렷하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만 65세 이상 노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노인 10명 중 8명은 존엄사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죽음을 앞둔 환자가 연명의술 대신 평안한 임종을 맞도록 돕는 '호스피스 서비스 활성화'에 동의하는 노인도 87.8%나 됐다.

고령 인구가 늘면서 '좋은 죽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자 지자체들은 웰다잉 프로그램을 앞다퉈 마련하고 있다. 2016년 대전광역시를 시작으로 30여곳의 지자체가 웰다잉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경기도 평택시는 웰다잉 사업의 일환으로 민간차원에서 운영하는 호스피스 업무에 시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영정사진 찍고 관속에 눕고…"잘 죽을 준비 됐습니다"

웰다잉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죽음을 준비하는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임종체험은 대표적인 죽음 준비 과정으로 꼽힌다. 대개 유언장을 쓰고, 관에 들어가는 등 죽음을 간접 체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 상조회사는 별도의 '힐링센터'를 지어 무료로 임종체험과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7년째 운영 중인 이 센터는 누적 체험자 수가 2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빨간날]나는 '잘' 죽기로 했다
최근 청년들 사이에선 영정사진을 찍는 문화도 생겼다. 계기는 가지각색이지만 이유는 비슷하다. 자신의 죽음을 잘 준비하기 위해서다. 지난 5월 영정사진을 촬영한 취업준비생 이모씨(26)는 "죽음도 긴 일생의 일부라 생각해 영정사진을 찍었다"며 "준비되지 않은 사진이 마지막 모습이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죽은 뒤 장례는 의미가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생전 장례식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370명을 대상으로 생전 장례식에 대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9.7%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지난 8월엔 서울의 한 병원에서 호스피스 환자를 위해 지인들을 초대, 이별파티 분위기로 생전 장례식이 치러졌다.

하지만 국내 웰다잉 관련 시장의 규모는 아직 부족한 형편이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사회를 맞았던 일본은 '종활'(終活·인생을 마무리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활동) 문화가 정착돼 있다. 유품 정리와 디지털 유산 상속, 사후 정리를 위한 보험 서비스 등 다양한 종활 상품이 등장했다.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종활 산업의 규모는 연간 5조엔(약 5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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