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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날]나의 죽음, 누군가의 시작입니다

[웰다잉 시대③] 가치 있는 죽음 '장기기증' 관심…낮은 인식에 서약률은 제자리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입력 : 2018.12.09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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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월 화 수 목 금…. 바쁜 일상이 지나고 한가로운 오늘, 쉬는 날입니다. 편안하면서 유쾌하고, 여유롭지만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오늘은 쉬는 날, 쉬는 날엔 '빨간날'
[빨간날]나의 죽음, 누군가의 시작입니다
[빨간날]나의 죽음, 누군가의 시작입니다
나의 목적과 의욕이 정지했다고 선언할 때가 올 것입니다.(중략) 나의 심장은 끊임없는 고통으로 신음하는 사람들에게 주십시오. 뇌세포를 도려내 말 못하는 소년이 함성을 지르게 하고, 듣지 못하는 소녀가 창문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를 듣게 해 주십시오.(중략) 내가 부탁한 이 모든 것들을 지켜 준다면 나는 영원히 살게 될 것입니다. (미국 시인 故 로버트 테스트 '나는 영원히 살 것입니다' 中)

회생 불가능한 환자의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조건이 완화되면서 존엄한 죽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죽음을 마냥 두려워하고 피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더 의미 있게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늘고 있다. 죽음을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으로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은 장기기증을 통해 죽음의 의미를 찾는다.

◇끝은 새로운 시작
지난 10월 수레를 끄는 노인을 돕던 중 교통사고를 당한 김선웅씨가 세상을 떠났다. 이웃을 돕다 사고를 당한 김씨는 떠나면서도 어려움에 처한 7명을 살렸다. 자신의 건강한 장기를 기증해 새로운 삶을 선물한 것. 선행을 좋아했던 김씨에게 걸맞은 존엄한 죽음이었다.

김씨는 생전 먼저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유지에 따라 장기기증 서약을 했다. 사망한 뒤 정상적으로 활동 가능한 장기를 가족이나 장기부전으로 고통 받는 다른 환자의 소생을 위해 기증하겠다는 약속이다. 심장, 간, 폐를 비롯해 골수와 인체조직까지 1명의 장기기증은 최대 9명을 살릴 수 있다.

나의 죽음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에 장기기증은 '웰 다잉'(Well-dying)의 한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따라 19세 이상 성인이면 누구나 쉽게 서약이 가능한데, 한국장기기증원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140여만명이 사후 장기기증을 서약했다. 지난 9월에는 서울시 의원 83명이 단체로 장기기증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월 제5회 서울시 장기기증의 날 기념식에서 장기기증인 가족 대표인 도너스 패밀리 강호 씨(오른쪽)가 심장이식인 이종진 씨의 심장소리 들은 뒤 포옹을 나누는 모습. /사진제공= 뉴스1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월 제5회 서울시 장기기증의 날 기념식에서 장기기증인 가족 대표인 도너스 패밀리 강호 씨(오른쪽)가 심장이식인 이종진 씨의 심장소리 들은 뒤 포옹을 나누는 모습. /사진제공= 뉴스1
장기기증을 고려하는 사람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질병관리본부가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7%가 '장기기증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직장인 이모씨(28)는 최근 장기기증서약을 고려 중이다. 김선웅씨 소식을 접한 뒤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이씨는 "가치 있게 삶을 살고 싶은 것처럼 내 죽음도 가치있길 바란다"며 "언제 어떻게 세상을 떠날 지는 모르지만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면 의미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장기기증에 대한 관심은 해외에서 더 높다. 일부 국가에선 기부행위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5월 글로벌 여론조사기업 '입소스모리'가 28개국 성인 2만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1%가 '장기기증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스페인(72%)과 브라질(70%), 미국(65%), 영국(65%) 등은 특히 더 긍정적이었다. 최근 브라질에선 사망자의 자궁을 이식받아 출산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갈 길은 여전히 멀어
'의미 있는 죽음'의 방법으로 장기기증에 대한 관심은 분명 높아졌지만, 그 속도는 아직 더디다. 여전히 장기기증을 약속한 사람들은 적다. 지난 4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발표에 따르면 뇌사자 장기기증은 매년 500명대에 불과하다. 올해도 428명에 그쳤다. 3만명에 달하는 이식 대기자에 비하면 턱 없이 저조하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남녀의 '장기기증' 인지도는 98.1%에 달한다. 전국민 대다수가 장기기증에 대해 알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장기기증을 서약한 사람은 2.8%(140만명)에 불과하다. 해외에 비하면 턱 없이 부족하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센터 지난해 한국의 인구 100만명 당 뇌사자 장기기증률은 9.95명에 그쳤다. 반면 스페인은 46.9명, 미국은 31.96명에 달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이에 대해 장기기증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반감, 기증자에 대한 부적절한 예우 등이 장기기증 서약을 망설이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보통 장기기증은 사후기증과 뇌사자 기증을 말한다. 이중 뇌사자 기증은 많은 장기이식이 가능해 중요하게 여겨지지만 뇌사 판정을 받은 환자가 호흡을 한다는 이유로 언젠가 깨어날 수 있다고 생각, 섣불리 장기기증을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뇌사는 식물인간과 달리 뇌간을 포함해 뇌 전체 기능이 중지돼 인공호흡기로 호흡만 연명할 뿐 의식을 회복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신체훼손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유교적 분위기도 장기기증의 확산을 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질병관리본부 조사에 따르면 장기기증 의사가 없다고 대답한 사람의 대부분이 '인체훼손에 대한 거부감'을 원인으로 말했다. 이 때문에 장기기증을 서약해도 가족이 동의하지 못해 기증하지 못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기증서약을 하더라도 가족 1명이 동의해야 장기기증이 이뤄지는데, 올해 가족의 기증거부율은 60%에 달했다.

이에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윤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주요 선진국들이 실시하는 옵트아웃제를 비롯, 운전면허 취득 인원에게 장기기증제도를 안내하는 다양한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페인과 프랑스는 명백한 장기기증 거부 의사가 없을 경우 장기기증 희망자로 등록하는 '옵트아웃제'를 실시하고 있고, 미국과 영국은 운전면허 시험장에서 장기기증 신청 여부를 묻는 등 인식 제고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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