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 부족' 日, 외국인노동자 35만명 더 받는다

지난 10월 일본 군마현에 위치한 나카모토 제조공장에서 한 인도네시아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가 구리 배관을 만들고 있다. /AFPBBNews=뉴스1

일본이 논란 끝에 외국인 노동자 약 35만 명을 추가로 받기로 했다. 노동력 부족 문제를 더이상 외면할 수 없어서다.


8일 자민당과 공명당은 이날 새벽 참의원 본회의를 열고 출입국 관리·난민인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내년 4월부터 적용될 개정안은 '특정기능 1호'와 '2호'라는 체류 자격을 신설하며, 이를 통해 농업·건설 등 14개 산업분야에서 5년 간 외국인 노동자 34만5150명을 더 받아들일 계획이다.

특정기능 1호는 농업과 건설 등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대상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일본어 능력을 갖추고 해당 분야의 기능 실습을 수료하면 받을 수 있다. 최장 5년까지 체류가 가능하다. 정부는 이를 위해 필기 중심의 일본어능력시험(JLPT) 대신 회화 중심의 새로운 일본어시험을 내년 4월 내에 만들 계획이다.

특정기능 2호는 조선, 선박 등 5개 업종에서 숙련된 기능을 보유한 외국인 노동자가 해당 분야 시험을 통과하면 획득할 수 있다. 1~3년마다 체류 기간을 갱신할 수 있으며 갱신 횟수에 제한이 없어 사실상 무기한 체류가 가능하다. 영주권 취득도 가능하며 자신의 가족도 일본에 데려올 수도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개정안에 대해 "그동안 (정부가) 인정하지 않았던 단순 노동 분야에서도 (외국인 체류의) 길을 열었다"면서 "정책의 큰 전환점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일본은 '기능 실습자' 제도를 통해 단순노동직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였다. 이들은 최장 3년 체류할 수 있었지만, 최저임금을 못 받기도 하는 등 근로 환경 문제가 지적돼왔다.


지난해 기준 일본 내 전체 외국인 노동자는 127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7%이다. 이는 한국(3.4%), 독일(12%) 등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반(反)이민 정서가 강해 외국인 수용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인력난이 더욱 심각해지자 결국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3년 전만 해도 외국인 노동자 수용에 회의적이었던 아베 총리는 최근 입장을 선회, 일본이 단기체류 외국인 노동자를 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호소해왔다. 정부와 여당은 전날 야권의 반대에도 의석 수 우위를 바탕으로 법안 통과를 강행했다. 지난 6월 일본 경제상업성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일본 기업 중 3분의 2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으며, 직원이 없어 규모를 축소하는 회사도 전년 대비 40%나 급증했다.

일부 우익 진영은 이번 개정안이 사실상 새로운 이민 정책이고 일본인의 일자리를 뺏을 것이라며 반발한다. 야권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언급, 기존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며 개정안을 반대했다. 법안 통과를 앞두고 국회 앞에서 개정안을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반이민 정서를 고려해 이번 개정안이 이민정책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 환경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